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설계 3안 검토2년 넘게 사업 중단, 연내 결론 기대
  • ▲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모습. ⓒHD현대중공업
    ▲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모습. ⓒ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과 경쟁 격화로 2년 가까이 멈춰선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상세설계 추진 방식으로 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설계 3개 안을 최종 압축하며 사업 재가동에 나섰다. 

    방사청은 4일 사업 기본계획안을 분과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오는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두 조선사가 함께 설계하는 공동설계안과 초도함 2척의 동시 발주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KDDX는 국내 기술로 이지스급 전투체계를 통합한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다. 사업 구조상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해 설계 기반은 확보된 상태지만,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주도권을 두고 두 회사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2023년 말 기본설계 종료 이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통상 기본설계 수행사가 후속 단계까지 맡는 것이 관례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요구했고 HD현대중공업은 설계 연속성과 책임성을 이유로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방사청이 이번에 공동설계 방안을 공식 테이블에 올린 것은 이러한 갈등 구조를 해소하고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설계가 채택될 경우 방사청은 두 업체에 대해 상세설계를 공동 수행한 뒤 초도함 2척을 동시에 발주해 각각 1척씩 건조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사업의 공정성과 설계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늦어진 일정도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사청이 상생 모델로 제시한 방안이다.

    다만 공동설계가 결정될 경우에도 해결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과제는 적지 않다. 함정 설계는 플랫폼 구조, 센서·무기체계 통합, 보안 관리 등 다양한 공정이 긴밀히 연계돼 있어 책임 분담과 일정 관리 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설계 기준과 통합 규격을 양사가 동일하게 맞춰야 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통합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도 공동설계가 공정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고난도 체계통합 사업 특성상 조율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입찰이 선택될 경우에는 제안요청서 작성, 평가, 협상 절차가 필요해 일정이 크게 늦어질 수 있다. 이미 2년 가까이 지연된 상황에서 전력화 일정이 추가로 밀리면 해군 중장기 전력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군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수의계약은 절차가 가장 단순하고 설계 연속성도 명확하지만, 민간위원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해 온 공정성·투명성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KDDX는 해군의 차세대 주력 전력으로서 2030년대 이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응, 대공·대함 방어 능력 확충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기본설계 완료와 체계요구조건 조정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상세설계가 장기간 지연되면 후속함 건조 일정이 줄줄이 밀리는 만큼 방사청은 연내 사업 방식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사청은 오는 18일 방추위 논의를 통해 최종 방식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공동설계가 채택될 경우 국내 조선·방산업계의 협업 모델이 처음으로 구축함 사업에 적용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이 결정되더라도 향후 10년간 이어질 해군 전력화 로드맵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