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저퀄리티 콘텐츠 일컫는 'slop' 유행어 언급 증가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브랜드 콘텐츠 선호하는 소비자들시스코, 직원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EGC)로 인기
  • 최근 많은 누리꾼들이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저퀄리티 콘텐츠에 고통을 호소하면서, 브랜드에 '영혼'을 담아내는 것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브랜드브리프는 브랜드워치(Brandwatch)가 공개한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2026 보고서를 분석하고, 'AI slop' 시대에 브랜드에 영혼을 담을 수 있는 전략을 소개한다. 

    브랜드워치 보고서는 1000명이 넘는 마케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800만건 이상의 온라인 대화를 분석해 2026년 가장 영향력 있는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를 추렸다. 보고서는 진정성이 있는 브랜드만이 AI 시대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가 콘텐츠 제작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반면, 질이 떨어지는 콘텐츠들을 마구잡이로 생산하면서다.
  • ▲ 2025년 'slop' 언급량. ⓒ브랜드워치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2026' 갈무리
    ▲ 2025년 'slop' 언급량. ⓒ브랜드워치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2026' 갈무리
    이에 따라 인터넷상에선 '슬롭(slop)'이라는 유행어가 탄생했다. 슬롭은 AI가 생성한 저퀄리티, 재미없는 콘텐츠를 일컫는다. 원래 농장 동물에게 먹는 액체의, 음식물 찌꺼기를 말하는 단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 쏟아내는 밋밋하고 대량 생산된 게시물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슬롭에 대한 언급은 2025년 20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불만은 소비자들이 독창적이고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브랜드 콘텐츠를 선호하게 만들고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느낌을 감지하고 경계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 최근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는 AI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발렌티노는 새로운 가라바니 디베인(DeVain) 라인의 제품을 홍보하며 9명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디지털 창작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몽환적이고 기하학적인 비주얼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슬로피하고 슬프다(sloppy and sad)", "AI 시대 이전에는 이런 방식이 흥미로웠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이런저런 장면들을 영상에 담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창의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AI를 사용했음을 투명하게 밝혔음에도 대중을 설득하기엔 충분치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로 논란이 된 코카콜라(Coca-Cola)(관련 기사 - 코카콜라가 욕 먹어도 'AI 광고'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와, 최근 맥도날드 네덜란드가 제작한 최악의 크리스마스 AI 광고(관련 기사 - "올해 가장 끔찍한 광고"… AI로 만든 맥도날드 크리스마스 광고, 혹평에 삭제)도 마찬가지다. 그저 화려하고 신기한 AI 기술력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 ▲ ⓒ시스코 틱톡 채널 갈무리
    ▲ ⓒ시스코 틱톡 채널 갈무리
    브랜드워치는 브랜드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직원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직원들은 내부에서부터 브랜드를 형성하는 브랜드 설계자로, 실제 직원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EGC)도 인기를 끌고 있다. 

    EGC는 단순한 댄스 챌린지나 상사를 골탕 먹이는 영상이 아니라, 팀 구성원들의 일상과 경험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고객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네트워크 장비, 보안, 협업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기업 시스코(Cisco)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 소비자가 관심을 갖긴 어려운 분야임에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각각 57만7000여명, 16만8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코는 직원들의 사진과 영상을 정기적으로 올리며 수천개의 좋아요와 '시스코에서 일하고 싶다' 등의 호평을 받고 있다.

    브랜드워치는 "세련된 콘텐츠는 더 이상 성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브랜드 뒤에 숨은 인간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길 원한다"며 "2026년의 생존은 정해진 길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할지 아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