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온그룹 RDS-POS 7천여개 점포 분석신라면, 수량·금액 모두 장악 … 저가 대량 판매의 교과서종가 김치·미초·진로 소주까지 … K푸드, 트렌드 넘어 일상 소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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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슈퍼체인 '라이프' 정규 라면 매대에 진열돼 있는 농심 신라면 제품들ⓒ최신혜 기자
일본 대형 유통 현장에서 한국 식품의 위상이 수치로 확인됐다. 농심의 신라면과 대상의 종가 김치가 일본 최대 유통그룹 이온(AEON) 점포 매대에서 매출 상위권을 장악하며, K푸드가 ‘한류 상품’을 넘어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일본 내 한국 식품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이온그룹 점포의 RDS-POS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이번 분석은 2018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본 전국에 분포한 슈퍼마켓(SM) 약 3800개, 드러그스토어 450개, 편의점 30개 등 총 7075개 점포의 실제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것이다.RDS-POS는 일본 유통시스템개발센터가 1988년부터 운영해온 유통 POS 데이터 서비스로, 일본 내 가장 오래되고 신뢰도가 높은 유통 판매 데이터로 꼽힌다. 본 조사에서는 aT가 자체 정의한 식품 분류 체계를 적용해 한국 식품 전 카테고리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분석 결과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인 제품은 농심재팬의 '신라면' 시리즈였다.판매 수량 기준 상위 3개 제품을 모두 신라면이 차지했다. ‘신라면 120g 3개입 팩’이 1위에 올랐고, 이어 ‘신라면 컵 68g’, ‘신라면 봉지 120g 단품’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8개가 농심 제품으로, 일본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의 지배력이 확고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매출액 기준에서도 신라면의 영향력은 두드러졌다.신라면 120g 3개입은 수량뿐 아니라 매출액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컵라면과 봉지라면은 단가는 낮지만 판매 개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수량 성장을 이끄는 ‘볼륨 드라이버’ 역할을 하고, 멀티팩 제품은 금액 성장을 동시에 견인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
- ▲ 금액 중심 상위권 10개 제품ⓒ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반면 금액 중심 상위권에서는 또 다른 한국 식품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CJ푸드의 ‘미초 석류 900ml’는 매출액 2위에 올랐고, 대상의 ‘종가 김치’는 3위를 기록했다.진로의 ‘JINRO 소주 25도 1.8L’도 6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류 부문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들 제품은 판매 수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단가와 반복 구매를 통해 매출 기여도가 높은 ‘수익형 상품’으로 분류된다.보고서는 수량 상위 제품과 금액 상위 제품의 구성 차이도 주목했다. 수량 기준 상위권은 신라면 컵·봉지처럼 저가 대량 판매 제품이 중심을 이루는 반면, 금액 기준 상위권은 김치·식초·소주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포진했다.이를 두고 보고서는 “라면이 집객과 회전율을 담당하고, 김치·식초·주류가 매출과 수익을 보완하는 역할 분담 구조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특히 김치 카테고리에서는 대상의 종가 김치 시리즈가 두각을 나타냈다.최근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산 김치, 면류, 냉동식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종가 김치는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과 건강 트렌드를 동시에 흡수하며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 반찬을 넘어 ‘프리미엄 발효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취급률 분석에서도 한국 식품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2025년 1~9월 기준, 신라면 120g 3개입은 취급점포율 86%를 넘기며 일본 슈퍼마켓 매대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신라면 컵 68g, CJ 미초 석류 900ml 등도 높은 취급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aT는 이번 분석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성장 공식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접근성 높은 가격의 라면으로 소비 저변을 넓히고, 김치·식초·주류 등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제품으로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보수적인 소비 시장이지만 한 번 생활 소비재로 자리 잡으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진다”며 “신라면과 종가 김치는 K푸드가 트렌드를 넘어 일본인의 식탁에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