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계열사 시총 150% 증가 … 상위 3사 비중 85%방산·조선 중심 재편 선구안 반영 … 시장 평가 변화김동관 주도 인수·투자 전략, 외형 성장으로 연결
  •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뉴데일리DB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뉴데일리DB
    올해 들어 그룹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거나 100조 원에 근접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에너지·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성과가 시장 평가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사업 추진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며 그룹 간 격차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비 시총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 그룹들을 중심으로 젊은 리더들이 어떤 전략과 의사결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올해 들어 한화그룹 시가총액은 에너지·유통 등 기존 사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사상 첫 100조원을 돌파하며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시장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15년간 선제적으로 추진해 온 방산·조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본격적인 성과를 보이며 그룹 외형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 1년 새 그룹 시총 150%↑… 방산·조선·우주 '껑충'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한화그룹 12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12조781억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44조8069억원 대비 150% 증가했다. 해당 기간 지주사 격인 ㈜한화의 시가총액은 2조276억원에서 6조1466억원으로 203% 증가하며 그룹 시가총액 확대 흐름을 이끌었다. 

    계열사별로 보면 연초 대비 시가총액 상승률이 한화오션 19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76%, 한화시스템 138%, 한화엔진 132%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 시총은 1년새 67조원 넘게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상위 3사가 시총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85.3%다. 모두 방산·조선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계열사로,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전략을 설계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온 분야다. 

    한화오션은 연초 대비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르며 그룹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확대 속에서 고부가 LNG선 비중이 높아지며 조선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했고, 미국 조선 산업 재건을 겨냥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수혜를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게다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군함 건조, 핵잠수함 등 방위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초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투자경고 종목에까지 지정됐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중동과 유럽의 국방비 지출 확대 기조에 따른 실적 개선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지상무기·항공엔진 수출이 늘어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개선됐다. 여기에 항공우주·우주 발사체 등 신사업 영역 확장까지 더해지며 단순 방산 업체를 넘어 종합 항공우주 기업으로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한화시스템은 방산 전자와 우주 사업이 동시에 부각되며 시가총액이 빠르게 늘어났다. 방산 전자 부문에서는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가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실질적인 매출 인식이 시작됐다. 천궁-II 레이더 등 수출 사업도 본격화되면서 방산 전자 기업으로서의 실적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동시에 위성·우주통신 분야에서도 생산 인프라 확충과 위성 제조 허브 구축 계획이 공개되며 중장기 성장 기대감이 커졌다. 

    김동관 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이후 장기 관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해 왔다. 태양광 등 에너지를 시작으로 방산·우주항공·조선으로 이어지는 성장 축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며, 그룹의 사업 무게중심을 선제 재편해 왔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중장기 산업 흐름을 예견해 성장 축을 다변화함으로써, 그룹 기업가치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 ▲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장관.ⓒ한화
    ▲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장관.ⓒ한화
    ◆ 김동관 주도 사업 재편, 방산·조선 중심으로 결실

    김 부회장이 지난 15년간 그룹의 주요 인수·투자 국면마다 전면에 나선 사례는 잘 알려져있다. 2011년 한화솔라원 실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태양광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독일 큐셀(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인수를 주도하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20년 태양광과 화학 사업을 통합한 한화솔루션 출범으로 이어지며 그룹의 에너지 축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방산 분야에서는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진두지휘하며 한화의 방산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항공기 엔진, 레이더, 정밀유도무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며 지상·항공 방산 체계를 갖췄고,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그룹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됐다.

    조선 부문에서도 김 부회장의 역할이 두드려졌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한화오션을 출범시키고, 같은 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며 인수 이후의 사업 재편과 전략 방향 설정에 직접 관여해 왔다. 당시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로 성장성 우려가 컸던 시점이었지만, 방산·에너지와 조선을 결합해 고부가 선박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와 투자를 통해 조선 사업을 국내 중심에서 글로벌 방산·해양 산업으로 확장시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우주항공 사업에서도 김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방향성을 제시해 오고있다. 올해 초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며 항공우주·위성·발사체 역량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했고, 최근에는 위성 제조 허브 구축을 추진하며 우주산업을 중장기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결국 한화그룹의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는 특정 계열사의 단기 주가 상승이 아니라, 김동관 부회장이 장기간 추진해 온 사업 재편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방산과 에너지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사업 역량을 조선과 우주 분야로 확장하면서, 한화는 고부가 영역에서 계열사 간 공동 수주와 사업 연계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이 방산·조선 계열사의 수주 경쟁력과 실적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계열사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진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새 사업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기존에 강점을 가진 사업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결합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이 같은 결합형 전략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기 어려운데 (한화는) 사업 연계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며 시장의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