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서 시작해 경험으로 완성 … ‘Play&Stay’로 OTA 판 바꾼다74개국·830만 이용자 … K콘텐츠가 만든 여행 수요, 실제 구매로 연결“서울 관문 넘어 지역으로” 민관학 협력 통한 K관광 확장 과제도 제시
  • ▲ 이철웅 놀유니버스 대표ⓒ최신혜 기자
    ▲ 이철웅 놀유니버스 대표ⓒ최신혜 기자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K컬처가 글로벌 여행 수요를 견인하는 가운데 놀유니버스가 ‘콘텐츠 기반 여정 설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단순 예약 중개를 넘어 감정·경험·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K컬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놀유니버스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인사이드 K-Vibe 미디어 이벤트’를 열고 K컬처 기반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공·학계·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K컬처가 바꾸고 있는 관광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향후 과제를 공유했다.

    이철웅 놀유니버스 대표는 환영사에서 “드라마 한 편, 노래 한 곡이 누군가에게는 한국을 알게 되는 출발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놀유니버스는 그 여정을 더 특별한 경험으로 완성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행을 상품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그 경험을 더욱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현재 ‘놀 월드(NOL World)’는 글로벌 이용자 약 830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으며, 74개국 고객이 K컬처 기반 여행을 즐기고 있다. 발표 자료에서도 K콘텐츠가 여행 행동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42.3%가 K콘텐츠를 계기로 방한을 계획했으며, K콘텐츠로 발생한 방한 관광 소비액은 지난해 약 5조5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 ▲ 이수정 놀유니버스 글로벌기획 리더가 플레이 앤 스테이 모델에 대해 설명 중이다.ⓒ최신혜 기자
    ▲ 이수정 놀유니버스 글로벌기획 리더가 플레이 앤 스테이 모델에 대해 설명 중이다.ⓒ최신혜 기자
    이수정 놀유니버스 글로벌기획 리더는 “글로벌 OTA 시장에서 가격이나 기술 경쟁만으로는 한국 플랫폼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해외 OTA가 할 수 없는 방식, 즉 K콘텐츠가 만들어낸 감정을 실제 여행 경험으로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구현한 대표 모델로 ‘플레이 앤 스테이(Play&Stay)’를 제시했다.

    플레이 앤 스테이는 공연 관람을 중심으로 티켓, 숙박, 교통, 픽업, 로컬 체험까지 하나의 여정으로 묶은 경험 설계 모델이다. 

    공연 후 귀가 문제, 숙박과 여행의 단절, 동반 관람의 제약 등 팬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구조다. 

    그 결과 놀 월드의 K컬처 상품은 2023년 대비 16배 성장했고, 이용 고객의 91%가 재구매 의사를 보였다. 올해 1~10월 기준 K컬처 상품을 5회 이상 구매한 고객도 약 1만명에 달한다.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특정 K콘텐츠 배경지로 등장한 남산타워 관련 상품은 전년 대비 약 1000%에 달하는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제로베이스원 월드투어 상품의 경우 한 해외 팬이 한국·태국·일본 등 총 6회 공연 중 4회를 연속 참여하는 등 ‘팬덤 기반 반복 여행’ 수요도 확인됐다.

    놀유니버스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을 3단계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한국 인바운드 시장을 공연 중심에서 숙박·액티비티·지역 관광으로 다각화하고, 위챗페이·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사와 협업해 국가별 맞춤 상품을 확대한다. 

    이후 해외 공연과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플레이 앤 스테이 모델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K콘텐츠와 로컬 경험을 연결하는 글로벌 메가 콘텐츠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 ▲ 행사 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K컬처 확산이 관광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왼쪽부터 김유경 실장, 김주희 교수, 이윤화 팀장ⓒ최신혜 기자
    ▲ 행사 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K컬처 확산이 관광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왼쪽부터 김유경 실장, 김주희 교수, 이윤화 팀장ⓒ최신혜 기자
    행사 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K컬처 확산이 관광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좌장을 맡은 김유경 놀유니버스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관광이 장소를 소비하는 행위에서 콘텐츠 속 장면과 분위기를 ‘살아보는 경험’을 소비하는 단계로 이동했다”며 “K컬처는 이제 관광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핵심 엔진”이라고 진단했다.

    김주희 동덕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는 “요즘 관광객들은 ‘어디를 갔는지’보다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한강에서 라면을 먹고, 시장에서 김밥을 사 먹는 일상적 경험조차 K컬처 관광의 일부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집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윤화 서울관광재단 스마트관광팀장은 “서울을 관문으로 삼되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교통·숙박·식음·서비스를 하나의 경험 흐름으로 설계하는 것이 지역 관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놀유니버스는 지난 12월 ‘놀 월드’로 리브랜딩을 완료하고 글로벌 확장의 출발선에 섰다. 

    이철웅 대표는 “국적과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더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K컬처가 만든 감동을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하는 ‘넥스트 K-바이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