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480원→1440원 하락…미국 주식 '가격 메리트' 확대코스피 4600 돌파에도 … ETF 자금유입 상위권에 미국 추종 상품개인투자자, ETF시장서 환노출 S&P500 집중매수 … 국내증시는 하락베팅기관투자자, 레버리지로 코스피 상승베팅'국장 복귀' RIA 계좌 출시에도 해외 ETF 선호 현상 지속
  • ▲ ⓒ챗GPT AI 이미지.
    ▲ ⓒ챗GPT AI 이미지.
    정부당국의 환율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서 미국 주식이 더 싸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학개미를 국내 증시로 되돌리겠다는 취지로 세제 혜택 등 유인책까지 내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반대다. 코스피가 4600을 돌파하며 폭주하고 있음에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은 국내보다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 의도와 달리 환율 정책과 유인책이 특히 미국 투자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투자자 자금 유입 상위 10개 ETF 가운데 8개가 미국 지수 추종 상품이다. 자금 유입 1위는 TIGER 미국S&P500으로 3416억원이 들어왔다. 이어 KODEX 미국나스닥100(1107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1103억원), KODEX 레버리지(1011억원), KODEX AI반도체(549억원), KODEX 미국S&P500(544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414억원), KODEX 미국성장커버드콜액티브(411억원), ACE 미국나스닥100(391억원),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355억원) 순이다.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ETF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더욱 분명하다. 개인들은 TIGER 미국S&P500을 2259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두 번째로 많이 매수한 상품도 KODEX 미국S&P500으로 1210억원에 달했다. 반면 개인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164억원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도 보였다.

    개인 순매수 4위부터는 TIGER 반도체TOP10(1122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961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776억원),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593억원), KODEX 인버스(46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이한 점은 개인들이 매수한 미국 지수 추종 ETF 대부분이 환헤지가 적용되지 않은 환노출 상품이라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ETF 시장에서 수급이 거의 없는 상태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ETF는 TIGER 200선물레버리지로 130억원에 그쳤다. 그 외 ETF에서도 뚜렷한 매수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기관 순매수 1위는 KODEX 레버리지로 858억원이 유입됐다. 이어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798억원), ACE KPOP포커스(411억원) 순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정부의 환율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발표하며 서학개미가 국내 증시로 복귀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 급증으로 달러 수요가 확대된 것이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RIA 계좌는 1월 말 중 출시될 예정으로, 해당 계좌로 해외 주식을 입고한 뒤 매도해 국내 증시에 1년간 투자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환율 개입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 주식이 더 저렴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구글 주가가 1주당 300달러라고 가정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떨어지면 원화 기준 주당 매입 가격은 45만원에서 42만원으로 낮아진다. 구글 주가가 상승하면 환율 하락과 함께 미국 주식의 가격 메리트는 더 커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480원대에서 현재 1440원대까지 내려와있다.

    여기에 미국 증시는 새해 들어서도 인공지능(AI) 산업 주도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환율 개입과 국내 증시 복귀 정책이 오히려 국장보다 ‘미장’으로 향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감소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80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말 4307억 달러 대비 26억 달러 줄어든 수치다. 감소 폭은 역대 12월 기준 두 번째로 크며,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12월 40억 달러 감소 이후 28년 만에 최대치다.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감소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당국의 고강도 환율 관리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당시 외환당국은 강도 높은 구두개입 메시지를 낸 뒤 시장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활용한 환헤지도 가동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내려가면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의 체감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라 국내 증시 유인책과는 방향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면서 "지수 상승만으로는 투자 흐름을 바꾸기 어렵고, 환율 정책이 오히려 해외 투자 쏠림을 키우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