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 감소·외화금리 인하·환전 우대 삼중 조치예치 유인 제거로 수급 조절, 글로벌 환시 변수 결합은행 정책 부담 누적 … 외환정책 새 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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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환율 안정 명분으로 시중은행을 반복 호출하며 외환시장 대응을 사실상 민간에 전가하는 방식이 장기화되고 있다. 외화예금 금리 인하, 마케팅 중단, 환전 우대 확대 등이 이어지면서 달러 유동성을 국내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조치가 한꺼번에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환율 방어 동원령'에 부담을 호소하며 피로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6일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 만찬에 주요 시중은행장을 초청해 환율 안정 관련 협조를 재차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외환 담당 임원(부행장급)을 개별 소집해 "달러예금 부추기는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추가 동원령이 내려지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두 달 동안 외환 관련 호출이 세 차례 넘었다"며 "정책 압박이 공개·비공개로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토로했다.

    조치의 속도도 이례적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외화예금 상품 금리를 달러 기준 1.5%에서 0.1%로, 유로는 0.75%에서 0.02%로 낮춘다. 하나은행도 대표 상품 금리를 2.0%에서 0.05%로 조정했고, 우리은행은 이미 1.0%에서 0.1%로 내렸다. 사실상 외화예치 유인을 제거한 수단으로, 달러가 시중에서 팔리고 환전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 

    달러예금 잔액도 꺾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656억 8000만달러에서 이달 22일 632억달러로 약 4조원 감소했다. 특히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기업 달러예금이 5% 가까이 줄었다. 당국이 달러 현물을 시장에 공급하라고 권고한 점과 고점 인식에 따른 매도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외환시장 개입은 본질적으로 '비용 게임'이며, 정부가 시장·은행·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구조적 피로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환율을 방어하려면 외화 조달·스왑·결제 비용이 동시에 늘어나는 데, 정부가 정책 효과만 요구하고 비용을 민간에 넘기면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밀린 것은 미·일 공조에 따른 엔화 환시 개입 가능성이 반영된 영향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레이트 체크를 통해 시장을 압박했고, 엔화 강세는 동조 효과를 통해 원화에도 안도 랠리를 유발했다는 것. 뉴욕 역외 시장에선 한때 20원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은행권의 피로도는 현실적이다. 정부가 외환 안정뿐 아니라 생산적 금융, 자본 확충, 주주환원 정책, 건전성 규제까지 동시 주문하는 '다중 정책 패키지'를 은행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 환율 안정 필요성과 별개로 정책 목적이 모두 은행에 얹히는 비효율적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환시 개입은 정부·중앙은행·민간이 분담하는 구조가 맞지만, 은행을 불러서 해결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책비용이 왜곡되면 다음 충격에서는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