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는 지우고 감성은 베껴 … ‘한국처럼 보이게’ 설계라면·소주 넘어 조미김·조미료까지 … 일상식품 전반으로 확산제품에서 매장 경험까지 복제, K브랜드 신뢰 위협
  • ▲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연상시키는 제품을 고르는 중국 소비자들. ⓒAI 생성 이미지
    ▲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연상시키는 제품을 고르는 중국 소비자들. ⓒAI 생성 이미지
    K-브랜드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 이면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식재산권 침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 상표 위조를 넘어 디자인과 패키지, 유통 콘셉트까지 모방하는 사례가 늘면서 산업의 신뢰와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뉴데일리 이번 기획은 K-브랜드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침해의 실태와 배경, 대응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중국 내 유통 시장에서 ‘짝퉁 K-제품’이 다시 고개를 들며 K브랜드 신뢰를 빠르게 위협하고 있다. 

    상표와 로고를 그대로 베끼던 단순 위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색상과 패키지 구성, 용기 형태, 한글 느낌의 서체 등을 조합해 ‘한국산처럼 보이게’ 설계한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조 여부를 단번에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로 진화하면서, 현지 소비자 혼동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한국산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이른바 ‘짝퉁 K푸드’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과거 라면과 소주 등 대표 상품에 국한됐던 모방 대상은 최근 조미김과 맛소금, 소고기 다시다, 당면 등 일상 식품 전반으로 넓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모방을 넘어, 수출 제품의 이미지와 K식품 브랜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중국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붉은색 패키지와 불꽃 이미지를 활용해 한국의 매운 라면을 연상시키는 제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제품명은 다르지만 한글과 유사한 서체 배치, ‘KOREA’, ‘SEOUL’ 등의 문구를 조합해 한국 라면의 이미지를 차용한 사례다. 일부 제품은 한국식 조리법이나 먹는 방법을 설명하는 이미지까지 덧붙여, 처음 접하는 소비자라면 한국 제품으로 오인하기 쉬운 구조를 띠고 있다.
  • ▲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모방한 중국산 짝퉁 상품ⓒ서경덕 교수팀
    ▲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모방한 중국산 짝퉁 상품ⓒ서경덕 교수팀
    이런 방식의 모방은 라면과 소주에 그치지 않고, 한국 식탁을 구성하는 일상 식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조미식품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마트에서는 검은색 바탕에 금색 포인트를 활용한 조미김 제품, 붉은색·노란색 조합의 분말 조미료 패키지가 판매되고 있다. 

    소고기 다시다나 맛소금을 연상시키는 이들 제품은 용기 형태와 뚜껑 구조, 사용 장면 이미지까지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미료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소비자일수록 차이를 인식하기 어렵다”며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틈을 파고든 모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콘텐츠 인기에 편승한 모방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작품에 등장한 라면과 과자 등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자, 이를 겨냥해 수요를 악용한 짝퉁 K푸드 유통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제품명만 위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증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패키지 구성까지 유사해 소비자 혼동을 키우고 있다.
  • ▲ 상하이 뉴욕베이글 뮤지엄ⓒ서경덕 교수팀
    ▲ 상하이 뉴욕베이글 뮤지엄ⓒ서경덕 교수팀
    모방 문제는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식, 뷰티 브랜드 등도 브랜드 모방의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빵집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이 한국 유명 업체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유사하다며 모방 논란이 불거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7일 SNS를 통해 "최근 중국의 무무소, 온리영 등이 한국 기업을 모방해 큰 논란이 된 이후 다양한 제보를 받았다"며 "한국 베이커리까지 베껴 장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는 한국 대표 뷰티 편집숍인 올리브영을 연상시키는 매장 ‘온리영(ONLY YOUNG)’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서 교수는 “상호와 로고는 물론 매장 색상과 진열 방식까지 올리브영과 유사한 요소를 다수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는 해당 매장을 홍보하는 영상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국인 누적 구매액 1조원을 돌파하며 ‘K-뷰티 쇼핑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글로벌 인지도를 노려 유사 상호와 매장 콘셉트를 그대로 모방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2016년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한한령 여파로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지난해 상하이 법인까지 청산한 틈을 타 그 공백을 ‘짝퉁 브랜드’가 파고든 셈”이라며 “이는 단순한 유사 브랜드를 넘어 소비자 혼동을 노린 명백한 의도적 모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K-제품 모방은 더 이상 일부 불법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며 "‘한국처럼 보이게’ 설계된 제품과 매장이 일상적으로 유통되는 구조 속에서, K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가 조용히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