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매입 ‘제로’ … 한은만 반대로 간다외환보유 세계 9위·금 보유 41위의 역설‘탈달러’ 헤지 흐름 무시한 신중론의 비용과거 트라우마 대신 현재 전략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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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사이 한국은행만 13년째 추가 매입을 멈추면서 외환보유 전략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중앙은행이 금을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하며 대거 확보하는 흐름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날 장중 온스당 51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4년 27% 오른 데 이어 지난해 65%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달리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세계 39위에 머물렀다. IMF·유럽중앙은행(ECB)까지 포함하면 순위는 41위다. 같은 시기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였지만, 전체 자산 중 금 비중은 3.2%에 그치는 수준이다.

    ◆ 세계는 금 사재기, 한은만 관망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최근 3년 연속 연간 1000t 이상 금을 순매수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95.1t을 사들였고, 카자흐스탄(49.0t)·브라질(42.8t)·아제르바이잔(83.0t) 등도 공격적으로 금 보유를 늘렸다. 중국 역시 금을 공식 외환자산으로 편입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병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2011~2013년 90t을 사들인 뒤 13년째 제로 매입을 유지했다. 그 사이 금 보유 순위는 2013년 32위, 2024년 38위, 2025년 39위까지 미끄러졌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가 외환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시기에 한국은행만 정지 버튼을 눌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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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변동성·유동성 우려" … 당국 논리는 유효한가

    한국은행은 금 매입을 삼가온 배경으로 ▲수익성 부재 ▲현금화 지연 ▲가격 변동성 ▲국채 대비 효율성 부족 등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김중수 총재 시기 매입 직후 금값이 급락하며 국정감사에서 '투자 실패' 질타를 받았던 기억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총재도 "2013년 이후 금 대신 주식 수익률이 더 좋았다"고 설명하며 신중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런 논리가 과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지금의 금 매입은 단순 안전자산 확보가 아니라 탈달러·지정학 헤지·준비자산 다변화·통화정책 대응력 확보 등 기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갈등, 유럽 전쟁, 달러 무기화 등으로 중앙은행들이 외환 포트폴리오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국면이라는 평가다.

    ◆ "기회비용 커졌다" … 정책 논리 재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한은이 지나친 신중론으로 외환운용 선택지를 스스로 좁혔다고 지적한다. 국제 금융 환경이 달라졌는데 한은의 외환 운용은 여전히 채권 중심 20년 전 모델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국채·달러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금 수요는 안전자산을 넘어 외환보유 다변화 목적이 핵심"이라며 "한은의 투자 판단이 단기 가격 싸이클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이 단기 조정을 거칠 수 있다"면서도 "구조적으로 강화된 수요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상단을 높여가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