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선 싸우고, 해외선 추격자 신세'호주' 잠수함 교훈 삼아… '원 팀' 트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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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업계의 경쟁 구도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수주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어온 K방산 기업들이 최근 들어 협력과 통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원팀’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글로벌 방산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뚜렷한 상황서 더이상 내부 경쟁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중·장기 협력 선언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내부에선 싸우고, 해외선 추격자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수주 구조와 기술 격차에 대한 인식 전환이 변화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지상무기 등 일부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지만, 우주·무인기 등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을 여전히 뒤쫓고 있다. 단일 기업이 독자적으로 격차를 해소하기엔 투자와 개발 속도 모두 한계가 있다.방위산업 특성상 정부 수주는 일회성 매출원이 아니라 사업 시작 단계부터 개발·양산, 운용·후속군수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정부 사업을 통해 축적한 개발·양산 실적과 운용 경험은 해외 수주전에서 필수적인 레퍼런스로 작용한다.동시에 국내 수주 경쟁에서 밀릴 경우 해외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K방산 기업들은 정부 사업을 둘러싼 경쟁에 사활을 걸어왔지만 경쟁이 격화될수록 기술과 인력이 분산되고 체계 통합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항공·우주·무인기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과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과 이탈리아 등 주요 방산국의 선도 기업을 아직 추격하는 단계로 평가된다.미국은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보잉 등 전통적인 방산 프라임을 중심으로 전투기와 우주 체계, 무인기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장기간 축적해 왔다. 우주 분야에서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와 대규모 위성군 운용을 통해 민간 주도의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K방산 기업들은 이들 기업들과 MOU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추격하고 있으나 단일 기업이 플랫폼과, 체계 운용 경험까지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기업별 역량이 분절돼 각자 경쟁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
- ▲ FA-50PH ⓒKAI
◆ 호주 잠수함 실패… '원 팀' 아니면 생존 없다해외 수주 경험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했다. 과거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사실상 각개전투에 가까운 방식으로 참여했다가 최종 수주에 실패한 사례는 방산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당시 한국은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했고, 산업 패키지와 정부 차원의 지원, 공급망 통합 측면에서 경쟁국에 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호주는 최종 후보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선정했다. 가격 경쟁력과 납기 측면에서 한국이 유리하다는 평가도 많았으나 산업 패키지 구성과 정부 차원의 외교·안보 협력, 현지 공급망 구축 등 '원 팀 단위 제안'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후 국내 방산업계 전반에 ‘원팀’ 기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가 경쟁 구도를 대신 해외 대형 수주에는 협력 체제로 단일대오를 구성했다. 올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사실상 단일 팀 전략이 전제 조건처럼 작동하고 있다. 방산 수출이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가 중장기 협력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항공 엔진과 항공기 체계종합 역량을 결합해 분산돼 있던 기술과 생산 능력을 하나의 수출 패키지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전투기와 무인기, 미래 항공·우주 체계 분야에서 단독 대응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방향 전환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 중심 구조를 협력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주전은 이미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단위 설계 경쟁으로 넘어갔다”며 “원팀으로 묶이지 않으면 선택지에서 아예 제외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위기의식이 분명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