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기자간담회서 가상자산 ETF 신중론 "자산 간 연쇄 타격 우려 금융 안정성이 최우선"빗썸 오지급엔 "가상자산 구조적 문제 노출"자산운용업계 숙원 ETF 승인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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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진 금감원장ⓒ김병욱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가상자산과 레거시 금융 연동되고 있고, 한쪽이 흔들리면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며 "금융 안정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자산운용업계가 비트코인 ETF 등 가상자산 상품 출시 허용을 촉구하는 가운데 빗썸 사태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이번 빗썸 사태를 계기로 자산운용업계가 요구해온 가상자산 ETF에 대한 신중론이 명분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이 원장은 이날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트코인 ETF를 허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신중론을 펼쳤다.그는 빗썸 사태를 거론하며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ETF를 통해 기존 금융시장(레거시 금융)으로 전이될 경우, 전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그는 "정책 영역이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금융의 안정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드릴 수 있다"며 사실상 '시기상조'임을 시사했다.◇ "모든 자산 한 번에 흔들리는 '연쇄 반응' 우려"이날 원장의 발언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구체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요즘 가상자산과 레거시 금융이 연동되면서, 한쪽이 흔들리면 모든 자산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가 그 연결고리의 핵심으로 ETF 영역을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레거시 금융의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해야 할 기존 금융 시스템이 가상자산발(發) 리스크로 위협받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상자산의 높은 투기성과 변동성이 ETF라는 파이프라인을 타고 국내 증시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빗썸 60조 원 배달 사고 … "구조적 결함 드러난 사례"원장의 이러한 '신중론'은 최근 발생한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태로 더욱 힘을 얻는 모양새다. 빗썸은 최근 이벤트 보상으로 2000원을 지급하려다 전산 오류로 2000 비트코인(BTC)을 입금하는 사고를 냈다.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가상자산 정보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케이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구조적 위험을 차단하지 못하면 언제든 문제는 재발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규제·감독 체계가 대폭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기초자산인 코인을 다루는 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 상황에서, 이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ETF)을 제도권에 들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운용업계 기대감에 '찬물' … 당분간 도입 요원자산운용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SEC의 승인에 발맞춰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준비해 온 운용사들은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금융 수장이 직접 '금융 안정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국내 도입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장의 발언은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수준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뜻"이라며 "특히 빗썸 사태가 ETF 도입의 명분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한편, 원장은 이날 회계 감리 주기 단축(20년→10년)과 관련해서는 "회계법인 일감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 등의 '좀비기업'을 조기 퇴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시장 건전성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