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서 차세대 ‘베라 루빈’용 HBM4 공급 논의SK, ‘메모리 기업’ 넘어 종합 AI 솔루션 전환 가속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AI슈퍼컴퓨터 'DGX스파크'를 선물하고 있다.ⓒ공동취재단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AI슈퍼컴퓨터 'DGX스파크'를 선물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서 ‘치킨·맥주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사의 협력이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넘어 AI(인공지능)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6년 2월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99치킨’에서 만났고, HBM4 공급과 AI 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올해 선보일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베라 루빈에 적용될 HBM4의 공급 계획을 두고 양측이 긴밀히 협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HBM4 양산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생산력 극대화에도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렵고 경쟁사의 진입이 예상된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럼에도 성능·양산성·품질을 기반으로 리더십과 주도적 공급사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HBM4 경쟁 구도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설 연휴 직후 HBM4의 세계 최초 양산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차세대 HBM에서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최대 공급사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재계와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협력 의제가 메모리 전반으로 넓어졌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 SOCAMM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해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협력,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중장기 파트너십이 함께 논의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SK그룹이 ‘종합 AI 솔루션 공급사’를 지향하는 만큼, 엔비디아와의 접점을 HBM 공급에만 묶어두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사명을 ‘AI 컴퍼니’로 바꾸고 AI 반도체 및 솔루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협력 확대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으로 꼽힌다. 최 회장 역시 고성능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기반으로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달 초부터 미국에 머물며 빅테크와 연쇄 미팅을 진행 중이다. 그는 2025년 9월부터 SK그룹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SK아메리카스 이사회 의장과 SK하이닉스 미국 자회사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회장을 맡아 미국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SK그룹 북미 사업 총괄 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서부 지역 핵심 거점으로 전략적 협업을 주도하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