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ASF 확산에 축산물 가격 불안 유통물량 잠김 현상에 쌀값마저 고공행진 '먹거리 인플레'에 서민·자영업자 부담 가중
  • ▲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뉴시스
    ▲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뉴시스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국정기조의 핵심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먹사니즘'이 가파른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에 직면하며 시험대에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전국적 확산으로 축산물 물가가 요동치고, 쌀도 유통물량이 잠기면서 지난해 수확기 이후 강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2026년 동절기 기준 고병원성 AI 발생건수는 9일까지 총 4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동절기 동기(34건) 대비 약 23.5% 증가한 수치로 가금류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겨울은 첫 발생일이 9월 12일로 전년보다 한달 반 가량 앞당겨지면서 바이러스 확산 국면이 조기에 형성돼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축종별로는 닭이 27건(란계 20건, 산란종계 1건, 육용종계 5건, 토종닭 1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오리 12건(종오리 6건, 육용오리 6건), 기타 3건(기러기 1건, 메추리 2건) 등이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바이러스 오염원이 전국에 퍼져있다는 점이다. 야생조류에서도 전국 11개 시·도에서 45건이 검출되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병원성 AI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최근 고병원성 AI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여러 시·도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대형 산란계 농장과 밀집단지에서 발생함에 따라 확산 위험이 높아지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ASF도 올해 들어 9일까지 전국적으로 10건이 발생하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 4건(안성 1건, 포천 2건, 화성 1건), 전남(영광·나주) 2건, 강원(강릉), 전북(고창), 충남(보령), 경남(창녕) 순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사례(6건)을 훌쩍 넘어섰다. 발병 지역도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ASF 안전지대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와 관련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통상 야생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옮는다고 알려졌는데 지금 발생하는 ASF의 경우 혈청형을 분석해 보니 네팔에서 유래된 것들이 꽤 있다"며 "사람 간 이동이나 물품 유입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 정확한 원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체 사육 두수 대비 살처분 규모 비중이 크지 않아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순한 살처분 수치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전염병의 확산력이다. 고병원성 AI와 ASF 모두 전염성이 강하고 겨울부터 봄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계절적 특성을 지닌 만큼 향후 확산 양상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축산물은 불안 양상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9일 한우 등심 1등급 소매가는 100g당 1만690원으로 1년 전(9634원)보다 10.96% 비싸졌다. 한우 안심 1등급 소매가는 100g은 1만4084원으로 전년(1만3193원) 보다 6.75% 올랐다. 

    삼겹살도 100g당 소매가격이 2660원으로 전년(2532원) 대비 5.05% 상승했다. 닭고기는 육계 kg당 소매가격이 5890원으로 1년 전(5690원)보다 3.51% 높은 수준이다. 계란도 특란 10구 기준 3943원으로 전년(3239원)보다 21.73% 뛰었다. 

    쌀값 역시 상승 흐름이 지속되며 서민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전 수요 예측'을 근거로 쌀값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쌀 10만톤(t)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철회했다. 정부 매입을 염두에 뒀던 농가 반발이 이어졌고, 애초 공급 확대를 막기 위해 계획됐던 물량을 그대로 두는 수준에 그치면서 쌀값 안정 효과도 미미했다. 

    쌀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유통물량 잠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출하 지연이 늘어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6'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장 출하 목적의 농가 재고 보유량은 전년보다 2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달 25일 22만9328원으로 전순기 대비 0.1% 올랐으나 이달 5일 23만232원으로 23만원을 넘어서며 상승폭이 0.4%로 확대됐다.

    쌀 20kg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9일 기준 6만2727원으로 1년 전보다 16.5% 올랐다. 쌀값 오름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시장에 추가 물량을 공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농식품부는 정부양곡 공급 물량 산정을 위해 이번 주 중 산지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요조사 결과와 현장 재고 상황 등을 감안해 최종 공급 물량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