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 방안' 세미나 개최학계·재계 '경영 판단 원칙' 조항 신설에 입 모아
  • ▲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안태준 한양대 교수, 신현윤 연세대 교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류혁선 KAIST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장진환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한경협
    ▲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안태준 한양대 교수, 신현윤 연세대 교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류혁선 KAIST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장진환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한경협
    배임죄의 모호한 구성 요건과 과도한 처벌 규정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계와 학계는 배임죄의 전면 폐지보다는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해 경영자의 사법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배임죄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적용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구체적인 입법 대안을 제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불명확한 요건과 중첩된 처벌 규정으로 기업인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실패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모험적인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70년이 넘은 낡은 법리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지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적용의 자의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교수는 "판사 시절 경험에 비춰봐도 유독 결과가 유·무죄를 왔다 갔다 하는 범죄가 배임죄였다"며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해, 배임죄 폐지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막으면서도 경제계에서 지적하는 배임죄 남용에 대한 부작용은 최소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들도 경영 판단 원칙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세부 방안을 내놨다.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은 "배임죄의 모호함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실무에서도 이를 반영해 배임죄를 정형화하고 개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배임죄를 바로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조급하다"고 전면 폐지론에는 우려를 표했다. 대신에 "경영 판단 원칙 규정을 구체화해 건전한 경영을 북돋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 판단을 내리는 임원과 수행 직원을 이원화해 적용해야 한다"며 민간 경영진에게는 리스크 감수를 보장하는 분리 적용론을 제시했다.

    이어 경영 판단 원칙을 법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경영 판단 원칙을 '위법성 조각 사유'가 아닌 '구성요건 해당성 배제 사유'로 설정해야 수사 단계부터 기소 위험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영 판단을 재판에서 무죄를 다툴 때 증명하는 도구로 쓰기보다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범죄 성립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무적 절차의 정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진환 연구위원은 "비전문가인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합리성을 판단해 기소한다"며 "이사회 거동, 전문가 자문 등 정형화적인 틀을 갖춰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을 거쳤는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투자의 성패라는 결과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 수집과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쳤는지라는 과정을 법 집행에 있어서 핵심 잣대로 삼자는 것이다.

    정치권도 입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 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 단장은 "경영 판단 원칙의 명문화는 여야 간 사실상 이견이 없는 사안"이라며 "정상적 경영은 보호하되, 고의적 배임과 사익 추구 행위는 엄중히 책임을 묻는 정교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