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생산 폭스바겐 관세 면제지리차·상하이차 등 우회로 열려유럽 공략 급한 현대차 추가 악재로
  • ▲ 쿠프라 타바스칸.ⓒ폭스바겐그룹
    ▲ 쿠프라 타바스칸.ⓒ폭스바겐그룹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에서 생산된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에 대해 추가 관세 적용을 면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생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진입 여건이 완화될 경우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한 현대차·기아의 입지가 추가로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안후이성 공장에서 생산되는 폭스바겐 산하 쿠프라 브랜드의 전기 SUV '타바스칸'에 대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추가 상계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승인했다. EU의 기본 승용차 관세는 유지되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었던 추가 관세 부담은 덜게 됐다.

    승인 배경에는 타바스칸이 중국에서 생산되더라도 브랜드 소유 구조와 기술 귀속 측면에서 유럽 기업의 차량으로 분류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프라는 스페인 브랜드이며, 차량 설계와 지식재산권(IP)이 폭스바겐 본사에 귀속돼 있어 중국 정부 보조금에 따른 가격 왜곡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타바스칸이 폭스바겐의 유럽 전동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추가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상승이 그룹 전체의 전기차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관세 우회 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볼보와 로터스를 보유한 지리자동차나 MG 브랜드를 앞세운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 역시 유럽 브랜드·기술 구조를 앞세워 유사한 방식의 관세 부담 완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최근 유럽 시장에서 판매 순위와 점유율이 하락한 현대차·기아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르노그룹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저렴한 제조 원가에 더해 관세 부담까지 낮아진 경쟁 모델이 늘어날 경우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국내 수출과 유럽 현지 생산을 병행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중국 생산 기반을 활용하면서도 관세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 확산될 시 가격 인하 여력이 제한된 현대차·기아는 가격과 물량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유럽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한 관세 및 물류 리스크 축소, 전기차 가격 전략 조정,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등 선택지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