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IB, 한국 물가 전망치 일제히 상향 … 에너지발 인플레 공포 영농 차질에 농축산물 '폭등' 예고 … 추경 편성도 물가 자극 우려日, 대체 경로 확보로 원유 60% 선제 비축 … 韓 정부와 대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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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이 한국 경제를 정면으로 덮쳤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산업 공급망까지 흔들리면서 곳곳에서 도미노식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여기에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경제 전반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대체 경로 확보로 다음달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수준의 원유를 확보한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우려를 상쇄할만한 대체 경로를 통한 원유량 확보에 나서지 못한 상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9%포인트(p)나 높은 2.7%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 주요 IB 8곳 역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월 말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0.4%p 끌어올렸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2.2% 전망치보다도 0.2%p 높은 수준이다.뱅크오브아메리카(2.1%)와 UBS(2.0%)를 제외한 나머지 IB 6곳이 모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JP모건 1.7%→2.6% ▲씨티 1.9%→2.6% ▲바클리 1.9%→2.5% ▲골드만삭스 1.9%→2.4% ▲노무라 2.1%→2.4% ▲HSBC 2.1%→2.3% 등이다.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JP모건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도지 않았다"며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5~9월 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며, 그 이후 전망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전망했다.씨티 역시 보고서를 통해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에도 소매 휘발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고유가 등 영향에) 올해 4~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3.3%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 2% 중반대를 예상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3%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실제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영농철을 앞둔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농업용 필름, 플라스텍 제품, 비료 포대 등 주요 농자재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비료 원료와 비료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급등에 선적료가 두 배 가까이 뛰고 대두박과 옥수수 등 원료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사료 가격도 급등세다.이처럼 중동 사태로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농가 경영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생산 차질과 영농 일정 지연, 나아가 일부 농가의 영농 포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축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증가한 생산비를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생산량 감소로 사과값이 폭등하면서 빚어진 이른바 '금사과'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봄철 성어기를 맞은 어촌 역시 어업용 면세유 가격 급등에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어선용 면세유 가격이 정부의 최고가격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200리터(ℓ)한 드럼당 17만원대에서 27만원대로 치솟는 등 조업 비용이 급격히 불어난 영향이다.농축수산물 수급 전반이 불안해지면서 향후 오름세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2분기 국제 곡물 선물 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6.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사태로 비료 공급 차질과 곡물 수출입 물류 가격이 늘어나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 한국은 원유 및 석유제품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현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으며, 시나리오별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가 물가와 경상수지에 상당한 압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유동성을 늘리는 것인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채발행 없이 초과세수로만 편성했다는 점을 들어 물가 자극 우려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추경이 미칠 물가 영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축통화국인 아닌 한국이 추경을 편성하면 증가한 통화는 국내에 그대로 남아 물가를 자극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물가 상승 원인을 살펴보면 정부의 확장 재정 영향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대체 경로를 통해 내달 지난해 60% 수준까지 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정부 대응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마지막으로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지난달 20일 입항한 이후 원유 도입이 멈추는 등 수송경로 봉쇄에 따른 국내 도입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체 경로를 통한 조달과 비축량 방출 등을 통해 내달 전년 동기 대비 60% 수준의 원유를 확보할 수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번달 원유 확보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일본은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호르무즈해협 출구 부근의 푸자이라항과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얀부항을 출발해 홍해를 통과하는 경로를 대체경로로 검토 중으로, 대체 경로 조달과 비축유 방출을 통해 내년 초까지 필요한 원유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