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얀부항 우회로 확보전…'긴급 수송 작전' 돌입중·일 선박 몰리며 호르무즈 대체 물량 확보 경쟁 격화정부, 사우디·오만·알제리 특사 파견 '전방위 외교전'산업 셧다운 위기에 나프타 차액 지원 최대 80% 확대 검토
  • ▲ 산업통상부. ⓒ전성무 기자
    ▲ 산업통상부. ⓒ전성무 기자
    정부가 국적선 5척을 홍해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대체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정부는 대체 원유 확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오만·알제리 3개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전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가운데, 이번 조치가 '산업 셧다운'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홍해 지역 대체루트 확보를 위해 사우디 얀부항에 국적선(유조선) 5척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화주·선사 간 운송 계약이 확정된 원유 운반선 정보를 해양수산부에 공유했으며, 이에 해수부는 해당 선사의 홍해 운항이 가능함을 통보했다. 정부 차원의 '긴급 수송 작전'이 본격 가동된 셈이다.

    정부가 사우디 얀부항 등에 국적선 5척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4월 말로 예상되는 '산업 셧다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의 에너지 공급망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홍해를 활용한 우회 수송로를 통해 원유를 들여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서부에 위치한 얀부항은 홍해와 맞닿아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다만 이 같은 우회로 확보가 실제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도 동일한 경로를 활용하기 위해 선박을 집중 투입하고 있어 항만 적체와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출량도 기존 하루 평균 70만~80만 배럴 수준에서 300만 배럴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 처리 능력의 한계와 선적 우선순위 경쟁까지 겹치면서 운임 상승과 선적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얀부항의 처리 능력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선적 지연이나 운임 상승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이란 무장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선박을 투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물량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정부는 해상 수송 대응과 함께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알제리 등 주요 산유국에 특사를 파견해 원유 추가 공급과 장기 계약 확대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인 만큼, 기존 계약 물량 외 추가 물량 확보 여부가 전체 수급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만과 알제리는 상대적으로 국내 도입 비중은 낮지만,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사우디, 오만 등 기존 주요 에너지 생산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남미, 유럽 등의 지역을 포함해서 글로벌 생산 규모나 기존 협력 수준과 관계없이 가용한 모든 잠재적 공급처를 대상으로 검토 범위를 확대하고 그 수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원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안정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부는 나프타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한 차액 지원 비율을 현행 50%에서 최대 8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동산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를 다른 지역에서 조달할 경우 발생하는 가격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