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알뜰주유소까지 전방위 압박자영 주유소 역마진 지속 … 매출 절벽 벼랑 끝한계 몰린 사업자 경매行 … 입찰자도 1~2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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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뉴데일리DB
올해 들어 석 달 새 전국 주유소 67곳이 문을 닫았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유가 상승 속 정부의 가격 통제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폐업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버티던 주유소 사업자들까지 경매로 내몰리고 있지만 매수 수요 조차도 따라붙지 않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14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가 3개월 동안 총 67곳 문을 닫았다. 사흘에 두 곳꼴로 폐업이 이어진 셈이다.SK에너지 주유소는 지난해 2672개에서 올해 3월 기준 2638개으로 줄어 3개월 만에 34개 감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도 같은 기간 2287개에서 2264개로 23개 줄었고, GS칼텍스 역시 2004개에서 1994개로, 10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알뜰주유소와 경쟁, 전기차 보급 확대 등 위기 요인 커져 주유소 수는 매년 지속 감소 추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한 달에 22개꼴로 문을 닫으며 지난해 월평균(약 19개)보다 폐점 속도가 빨라진 모습이다.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제 이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일부 주유소는 영업 중단을 검토하거나 폐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을 팔수록 남는 게 아니라 카드 수수료, 인건비, 대출금 등을 빼면 오히려 적자가 쌓인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바로 손님이 빠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팔 수밖에 없다. 장사를 할수록 손해가 누적된다고 한다.실제 버티던 주유소 사업자들이 한계에 달하며 경매로 내몰리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3월 경매시장에 나온 주유소는 무려 93곳에 달했지만 실제 매각은 22건에 그쳤고, 최대 응찰자수는 2.5명에 불과했다.특히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냉랭한 분위기는 더욱 커졌다. 1월 전국 주유소 매각가율이 약 70%였던 데 비해 미국-이란 전쟁이 터지고 최고가격제 시행 논의가 들어간 2~3월에는 약 50%로 급락하며, 감정가 대비 낙찰가 수준이 크게 낮아졌다.지난 3월 24일 김포 소재 한 주유소는 감정가가 약 44억3800만원이지만 약 15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1명, 유찰 횟수는 3회. 사실상 경쟁 없는 단독 입찰로, 여러 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 대비 3분의 1 수준에 낙찰된 것이다. 주유소 운영도 어렵고, 팔때 제값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반면 일반 주유소와 경쟁 관계에 있는 알뜰주요소는 올해 폐점 없이 오히려 1개 증가했다. 알뜰주유소는 농협·도로공사·석유공사가 석유제품 공동 구매를 통해 최저가로 공급되면서 일반 주유소 보다 저렴하게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 알뜰주유소는 현재 전국 1319개가 있다. 지난 3월 경기 광주시 소재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가 전쟁 발발 후 닷새 동안 경유값을 857원 올려 인상액 전국 1위를 기록하면서, 석유공사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3차까지 최고 석유가격제가 시행 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 가격을 통제하면서, 에너지 절감 취지가 무색해지는 동시에 시장왜곡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3차 석유 최고가격 휘발유는 L(리터)당 1934원으로 책정됐다. 이날 오피넷 기준 전국평균 휘발유 가격은 1995.64원.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통상 주유소의 적정 마진이 리터 당 100~15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휘발유 가격은 최소 2034원 이상에서 형성돼야 하지만, 현재는 약 60원 수준에 머물러 적정 마진을 크게 밑돈다. 주유소협회는 "특히 대부분의 주유소가 대출로 묶여 있는 만큼, 유가 상승 시 금융 비용 부담까지 더해져 마진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정부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의 최고가격을 제한하고, 소비자 판매 가격은 주유소 사업자 자율에 맡겨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유소 사업자들이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눈치' 때문이다. 정부는 3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가격 안정을 기여한 '착한 주유소'를 선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자영 주유소 사장은 "착한 주유소 외에는 모두 나쁜 주유소라는 의미냐"며 "영업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주유소협회는 "정부의 유가 안정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영 주유소 역시 생존이 걸린 영세 사업자"라며 "가격 인하 정책과 함께 적정 마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