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메가특구·원스톱 지원 발표…방향은 옳지만 현실은 정반대노란봉투법·상법 등 '반기업법'에 기업들은 개혁 진정성 의심'반기업법'부터 먼저 도려내야…"기업과 자본 다 해외로 떠나""글로벌 스탠다드냐, 중국처럼 자본 통제하느냐 선택 시점"
  •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4.15.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4.15.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28년 만에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규제 혁파를 내세우는 동시에 기업 부담을 키우는 제도 변화와 입법이 병행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국제적 경쟁력과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규제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며 규제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필요한 부분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로봇·재생에너지·바이오·자율주행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메가특구'를 지정하고,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를 아우르는 범부처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국에 산재한 소규모 특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광역 단위의 산업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업과 지방정부가 필요한 규제 특례를 직접 선택하는 '메뉴판식 규제특례', 현장 수요에 따라 규제를 유연하게 풀어주는 '수요응답형 규제 유예', 그리고 규제 샌드박스를 고도화한 '업그레이드 규제 샌드박스' 등은 기존 규제 체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꼽힌다. 재생에너지 직접거래 허용, 바이오 분야 조건부 허가 확대, 자율주행 임시운행 권한 이양 등 세부 방안 역시 산업 현장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 정부들도 규제프리존, 규제자유특구 등을 내세웠지만 부처 간 칸막이와 이해관계 충돌에 막혀 용두사미로 끝난 전례가 적지 않다. 이번 역시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경우 기업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정책 기조의 일관성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중심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기업 경영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는 입법과 제도 변화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산업 현장에서는 하청 노조의 원청 기업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가 잇따르며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는 원하청 구조 전반에 걸쳐 교섭 범위와 책임 주체를 둘러싼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 변화는 투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법 개정도 재계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월 25일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지난달 6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안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자사주를 1년 6개월 이내 소각해야 하고, 신규 취득 자사주도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조합 출연, 인수합병 등 예외 사유가 있더라도 정관에 보유 목적을 명시하고 매년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주주환원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축소와 재무 전략 운용 제약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거론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할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사주까지 의무적으로 소각되면 경영진이 중장기 투자와 구조개편 전략을 유연하게 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 혁파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히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주52시간제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등은 상대적으로 논의 속도가 더디다. 기업 부담을 줄여 달라는 요구에는 소극적이면서, 기업 경영에 제약을 주는 반기업법은 여당 주도로 일사천리로 통과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외국인 투자 기업의 시각에도 반영된다. 한국이 첨단산업 육성과 지방 메가특구를 내세우며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기업이 보는 경영 환경은 여전히 경직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준과 다른 규제, 노동시장 경직성, 잦은 제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국의 경영 환경 선호도는 11.8%로 싱가포르(58.8%), 홍콩(17.6%)에 크게 뒤졌다. 특히 응답 기업의 68.8%가 한국의 규제 환경을 '제약적' 또는 '매우 제약적'이라고 평가했다. 암참은 "(한국의) 규제와 노동 제도 등 구조적 제약이 기업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혁파를 외치기 전에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법'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메가특구를 만들고 원스톱 지원 체계를 아무리 내세워봐야 이런 거대한 '반기업법'이 존재하는 한 실현 불가능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인 출신 및 시장주의 전문가를 대거 정책가로 기용해 실효성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고쳐야 한다"며 "이런 법들을 그대로 두면 기업과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환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선 중국처럼 자본 통제를 해야 된다. 결국 지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하느냐, 아니면 자본 통제를 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