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협, 보건지소→거점 중심 변화 필수 설문 결과 48.6% 다기관 근무 "진료 연속성 끊기고 책임만 가중"현역보다 2배 긴 복무기간이 수급난 주범 … 93% '현역 입대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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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인력 감소와 의정 갈등 속에 방치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의 열악한 근무 실태를 폭로하며 기존의 분산된 보건지소 진료 체계를 거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공협이 24일 발표한 '공보의 근무실태 및 제도개선 방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6%가 소속 기관 외에 2개소 이상의 의료기관을 도는 '순회진료'를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2개소 근무가 24.3%, 3개소 15.9%, 4개소 이상도 8.4%에 달했다. 순회진료에 대해 응답자의 64.1%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주변에 대체 가능한 민간의료기관이 충분하다'(64.9%)는 점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관리 책임소재 가중'(62.0%)과 '진료 연속성 저해'(45.0%)가 뒤를 이었다. 

    대공협은 "코로나19와 의정 사태로 시작된 임시방편인 순회진료가 보편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며 "인력 감소에 맞춘 합리적 배치 기준 개선 없이 공보의들을 '땜질식'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보의 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으로는 '현역병 대비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74.8%)이 지목됐다. 

    현재 공보의 복무기간은 36개월로, 18개월인 육군 현역병의 두 배에 달한다. 만약 지금 의대 재학생이라면 어떤 병역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3%가 '현역병 입대'를 택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85.1%는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수급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의사제, 공보의 전철 밟을 것"... 78.5%가 '회의적'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사관학교에 대해서도 현장의 시각은 냉담했다. 응답자의 78.5%는 해당 정책이 지역의료 공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정적 이유로는 '열악한 지역 기피 현상 지속'(78.0%), '복무 만료 후 잔류 인센티브 부족'(76.3%), '의료 계층화 고착화 우려'(53.8%) 등이 제기됐다. 

    사실상 지역의사제가 '장기 공보의' 형태의 강제 복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박재일 대공협 회장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보권의 낡은 보건지소가 아니라, 전문적 진료 역량을 시내·읍내 주요 거점에 집중시키고 교통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보건지소는 진료 중심에서 예방과 통합돌봄으로 전환하고 전문 진료 기능은 거점으로 집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병준 대공협 정책이사 역시 "일회성 인력 소모 방식으로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복무 후에도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선순환 의료 생태계와 지역 주민-의료진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진료권 제도 도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