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도입 후 첫 전원재판부 회부형사 무죄-행정 패소 … 엇갈린 판단 정면충돌녹십자, 대법 '심리불속행'에 재판청구권 침해 주장대법 확정판결도 헌재 심사대상 가능성 '시험대' 올라
  • ▲ GC녹십자 본사. ⓒGC녹십자
    ▲ GC녹십자 본사. ⓒGC녹십자
    GC녹십자가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을 두고 대법원판결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재판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재판소원제도 도입 이후 첫 본안 심리 사례다.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재의 심사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GC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취소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달 12일 제도 시행 이후 접수된 525건 가운데 사전심사를 통과한 첫 케이스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담합 여부'가 아니다. 대법원이 본안 판단 없이 상고를 기각한 '심리불속행' 방식이 헌법에 부합하는지다.

    사건은 질병관리청이 2017~2019년 발주한 HPV 4가 백신 '가다실' 입찰에서 비롯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GC녹십자가 도매상을 들러리로 세워 낙찰을 유도했다면서 과징금을 부과했다.

    GC녹십자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고, 대법원도 2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를 확정했다.

    하지만 형사재판 결론은 달랐다. 동일 사안에서 관련 업체들은 무죄가 확정됐다.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이 없어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GC녹십자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형사와 행정 판단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이 최소한 법리 판단을 통해 정합성을 설명해야 했지만, 이를 생략한 것은 재판청구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심리불속행은 하급심 판결에 중대한 법리 오류가 없다고 판단되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사건 적체 해소에는 효과적이지만, 판결 이유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지속했다.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는 헌재가 해당 사안을 단순 불복이 아닌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본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인용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재판소원은 판결 결과가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문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헌재가 일부라도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 역시 헌법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재판소원 1호'를 넘어 사법체계 권한의 경계선을 다시 그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제약·바이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 제재, 조달 입찰, 리베이트 등 규제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대법원 심리방식과 권리구제 경로 변화 여부는 기업방어전략과 직결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 비중이 높다 보니 공정위 제재나 입찰 관련 분쟁이 적지 않다"며 "대법원 심리방식과 권리구제 경로가 바뀔 경우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소송전략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