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창고형 약국 확산 … 소비자 접점 경쟁 본격화약국 상담형 소비 대신 즉흥구매-체험소비로 중심 이동약사 사회 반발에도 유통채널 다변화 … 소비자 접점 확대치료제에서 소비재로 … 제약업계, 유통전략 재편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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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들의 건강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연합뉴스
약국이 아니어도 약과 영양제를 사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이소에서는 3000원짜리 비타민과 유산균이 팔리고, 창고형 약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카트를 끌고 진통제와 건강기능식품을 고른다.과거 약국 상담 중심이던 일반의약품·건기식 시장이 생활형 소비 채널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채널 확대가 아니라 제약사의 소비자 접점과 유통질서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신호로 보고 있다.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들의 유통전략은 '약국 중심'에서 '생활플랫폼 확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다이소, 퀵커머스, 드럭스토어, 창고형 약국 등 생활 밀착형 채널이 새로운 소비 접점으로 떠오르면서 제약사들도 유통채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지난해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 등이 30여개 제품으로 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동화약품, 유한양행, 안국약품, 영진약품 등도 다이소 전용 제품 확대에 나섰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건기식과 건강식품은 100여개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여 만에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셈이다.동화약품은 '편안 활'과 '퀵앤써' 등을 다이소 전용 브랜드로 출시했고, 종근당은 '데일리와이즈'를 통해 멀티비타민·오메가3·밀크씨슬 등을 1000~5000원대 가격으로 선보였다. 편안 활의 경우 다이소 출시 직후 온라인 초도 물량이 품절됐고, 식품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제품전략 자체도 달라졌다. 과거 건기식이 고가·대용량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저가·소포장·즉시 섭취 형태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액상 스틱이나 구미, 7·14일 단위 소포장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한달치 건강관리'보다 '오늘 필요한 만큼 가볍게 사는 소비'에 맞춰진 구조다.소비패턴 변화도 뚜렷하다. 오픈서베이의 '건기식 트렌드 리포트 2026'을 보면 다이소는 20~30대를 중심으로 기본 영양제를 즉흥적으로 구매하는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다이소 이용자의 즉흥구매 비중은 53.3%에 달했다. 과거 계획적으로 장기 복용제품을 구매하던 방식에서 필요할 때 가볍게 구매하는 소비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건기식이 더 이상 약국 상담을 거쳐 구매하는 전문상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생성형 AI 검색과 유튜브·소셜미디어 추천이 약사 상담을 일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소비방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시장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5조9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건기식이 치료 목적 보조시장을 넘어 일상 소비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유통채널 확대는 퀵커머스와 드럭스토어로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제약은 배달의민족, B마트에 건기식 브랜드 '셀파렉스'를 입점시켰고, 동국제약과 광동제약 등도 퀵커머스 채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올리브영 역시 건강식품과 이너뷰티 제품 비중을 빠르게 늘리면서 생활형 헬스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는 분위기다.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약국을 방문해 상담받기보다 생활 동선 안에서 제품을 접하고 바로 구매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의약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약국이 건기식과 일반 약 소비의 중심 채널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이소, 퀵커머스, 드럭스토어처럼 생활플랫폼 안으로 시장이 빠르게 들어가고 있다"며 "특히 젊은 소비층일수록 가격과 접근성, 구매 편의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 ▲ 서울 동대문구 소재 창고형 약국 '르 메디'. 사진=르 메디. ⓒ뉴시스
창고형 약국은 이런 변화를 더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서울 용산과 청량리 등을 중심으로 등장한 창고형 약국은 카트를 끌고 약을 직접 고르는 대형마트형 구조를 내세우고 있다. 일부 매장은 1000평 안팎 규모로 운영되며 일반 약과 건기식, 화장품까지 함께 진열하고 있다.카트를 끌고 진통제와 영양제를 고르는 소비 풍경은 기존 약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약을 구매하기 위해 약사 상담창구 앞에 서던 구조에서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고르는 쇼핑형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소비자 반응도 빠르다. 가격 비교와 대량구매가 가능하고 제품 종류가 많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일부 창고형 약국은 종로5가 대형약국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상권 밖 소비자들까지 끌어모으고 있다.무엇보다 창고형 약국은 단순 약 판매를 넘어 하나의 오프라인 플랫폼 역할까지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산 전자상가처럼 침체한 상권에서 유동인구를 끌어오는 '키 테넌트(Key Tenant)' 역할을 한다는 분석까지 등장했다.반면 약사회 반발은 거세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이 약국의 공공성과 복약지도 기능을 약화하고 의약품을 일반소비재처럼 취급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트워크 약국 차단 법안과 창고형 약국 명칭 규제 논의까지 이어지는 이유다.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예전에는 약사 사회 반발이 커질 경우 유통 확대 전략 자체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제약사들이 소비자 접점 확대를 더 중요한 과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실제 일양약품은 2024년 다이소 건기식 판매를 추진하다가 약사 사회 반발이 커지자 닷새 만에 철회했지만, 이후 대웅제약·종근당·유한양행 등 주요 제약사들의 다이소 입점은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다.업계에서는 약가인하와 건기식 경쟁 심화, 소비자 구매방식 변화가 겹치면서 제약사들이 더 이상 약국 채널만으로는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제약사들은 다이소, 퀵커머스, 드럭스토어 등 생활 밀착형 채널을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약국 입점 자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어디에서 제품을 접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제약사들도 결국 소비자가 움직이는 생활플랫폼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다이소 역시 규제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제·캡슐 형태의 일반식품 규제 정비에 착수했다. 의약품이나 건기식으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과 제형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이소용 저가 건기식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순 유통 확대를 넘어 국내 제약 유통질서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신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약이 치료 목적의 전문상품에서 일상 소비재로 이동하면서 제약사 경쟁 역시 제품력뿐만 아니라 소비자 접점과 플랫폼 확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