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5조9635억원 전년 대비 급등'반짝 실적' 강조 … 2분기부터 부담 반영
  •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뉴데일리DB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뉴데일리DB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조원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정치권에서 ‘횡재세’ 부과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놓고 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4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5조9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95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정유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4조759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9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횡재세 논의가 본격화 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횡재세 논의는 있었지만, 도입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고유가 등에 따른 정유사들의 실적 호조를 거론하며 전 세계에서 시행하듯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유가 변동성을 이용한 에너지 기업의 과도한 초과 이윤을 환수하고 이를 민생 경제 안정에 활용하기 위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횡재세법)을 대표발의했다.

    유럽에서도 정유사의 1분기 실적을 놓고 횡재세(windfall tax) 강화 논의가 불붙은 점은 국내 업계에도 불안 요인이다. 국내도 불씨가 될 수 있어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메이저 석유사 BP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해 32억 달러(4조 6400억원)를 기록했다. 또 다른 석유사 셸사의 순이익도 23% 증가한 69억 2000만 달러(10조 400억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는 이번 1분기 성적표를 두고 '반짝 실적'라는 점을 강조한다.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생한 재고 관련 이익과 래깅효과가 실적 개선의 핵심이었다는 설명이다. 원유 도입과 제품 판매 사이의 시차 덕분에 과거 낮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가 원가에 반영되는 동안 판매가격은 올라 정제마진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로 인한 우회 운송, 수입선 다변화로 운송료, 보험료 등 포함한 원유 도입 비용 증가분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실시한 수출 물량 제한 조치로 수출을 통한 수익 실현 기회가 제약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를 정치권에서도 알고 있는 만큼 횡재세 논의가 나온다면 맞지 않는 흐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유사가 선제적으로 주유소에 고유가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SK에너지는 직영을 제외한 국내 2500여개 SK주유소를 대상으로 월 최대 200억원 규모의 '고유가 및 위기극복 지원금'을 지급키로 했다. 향후 최고가격제 종료일까지 유지된다. 이달 첫 지원금 전달을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