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안데스형 집단감염 비상 속 'H-프로젝트' 주목정희진 센터장 "독자 검증 인프라 완비, 국책과제 통해 백신 주권 확보할 것"sa-mRNA 기반 특허 장벽 돌파 … 국책사업 선정으로 임상 가속화
  • ▲ ⓒ고대 백신혁신센터
    ▲ ⓒ고대 백신혁신센터
    최근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발생한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로 전 세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당 사례와 관련해 확진 9명, 의심 2명 등 총 11명의 감염자를 공식 확인하면서 치사율이 최대 50%에 달한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보건 위기 상황에서 고대의료원이 개발 중인 'mRNA 한타바이러스 백신'이 기존 백신의 한계를 깨고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고대 백신혁신센터에 따르면 mRNA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초기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와의 협력으로 물꼬를 텄으며 현재는 '기술적 자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희진 백신혁신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더나와는 초기 과정에서 mRNA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등 전략적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실험실적 검증과 동물 실험은 고대가 독자적으로 수행해온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고대 백신혁신센터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도 제1차 유망백신 개발 가속화 지원사업(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주관)'의 한타바이러스 백신 관련 국책과제에 최종 선정되며 연구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는 초기 기술 협력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고대의 mRNA 플랫폼 자립화 능력을 공식 인정한 결과다.

    이번 사업은 팬데믹 발생 시 최대 2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국내 기술 기반인 sa-mRNA(자가증폭 메신저 리보핵산)와 차세대 LNP(지질나노입자)를 활용해 해외 특허 침해 없는 독자적 mRNA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여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구대륙 넘어 신대륙으로 … "범용 백신이 최종 목표"

    현재 고대가 개발 중인 백신은 '단계적 확장'을 지향한다. 이는 한타바이러스의 지리학적·의학적 특성에 따른 정교한 전략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유럽에서 유행하는 구대륙형은 주로 신장을 공격해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15% 이내) 이번 크루즈선 사태의 원인인 신대륙형(안데스형 등)은 폐를 공격해 치사율이 50%에 육박하는 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국내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불활화 백신인 '한타박스' 역시 구대륙형이다. 면역 지속 기간이 짧아 기초 접종 후에도 주기적인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변이가 잦은 변종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정 센터장은 "현재 착수한 정부 과제는 국내 유행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 개선이 우선"이라면서도 "mRNA 플랫폼은 항원 정보만 바꾸면 변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해 안데스나 신놈브레 등 치사율이 높은 신대륙형 바이러스까지 막을 수 있는 '범용 백신'으로 진입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고대가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인 BL3(생물안전 3등급) 및 ABL3(동물 이용 생물안전 3등급) 특수실험실 등 독보적인 '검증 인프라'가 있다. 정 센터장은 "최근 모더나 측에서 우리 연구 성과를 보고 다시 의논하자며 재접촉을 해온 것도 고대의 독자적인 검증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故 이호왕 박사의 유산, '백신 자립화 전초기지'로 부활

    고대의료원의 감염병 연구 역사는 1976년 故 이호왕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백신(한타박스) 개발에 성공하며 시작됐다. 이러한 유산에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사재 100억 원 기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원이 더해져 현재의 메디사이언스파크가 완성됐다. 백신혁신센터는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고대의료원은 기초 연구부터 임상 시험, 효능 검증까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백신 자립화 전초기지'를 통해 대한민국이 백신 수입국에서 '바이오 주권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다.

    정희진 센터장은 "백신혁신센터는 이호왕 박사의 연구 정신을 계승한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전주기 백신개발 플랫폼이다"며 "정부·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신종 감염병에 독자적으로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반드시 갖추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