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분담형으로 차세대 민항기 공급망 진입 노려한화 엔진 역량과 KAI 기체 구조물 협력 가능성향후 노조 반발과 기업결합 심사 변수 과제
  • ▲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공군 초도 인도 전력인 KF-21 양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뉴데일리
    ▲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공군 초도 인도 전력인 KF-21 양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부가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 기반 마련에 본격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민관합동추진단 출범을 계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 역량 시너지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화의 KAI 지분 확대 명분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 16일 KAI, 한화에어로, 대한항공 등 산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민관합동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추진단은 국내 기업의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구성됐다. 에어버스와 보잉 등이 추진하는 차세대 민항기 개발사업에 국내 기업이 설계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막대한 개발비와 기술적 위험을 공동 부담하는 위험분담형파트너십(RSP) 방식으로, 설계 초기부터 참여해 2028년 착수가 예상되는 차세대 민항기 개발사업에서 물량 확보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민항기 개발에 참여하면 후속 생산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소모량이 적고 생산성이 향상된 차세대 항공기 기체와 첨단 항공엔진 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또한 이번 사업이 향후 한화에어로와 KAI 간 협력 확대의 본격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기업별 역할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가 사업 구상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내 유일의 항공엔진 기업인 한화에어로와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 기업인 KAI가 각각 강점을 바탕으로 역할을 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미 민항기 분야에서도 각자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는 LEAP 엔진과 GTF 엔진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국내 기술로 장수명 항공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회사는 5500파운드급과 1400마력급 엔진 개발에 이어 향후 1만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팬 직경 확대 등을 통해 민항기용 3만~4만파운드급 엔진으로 기술을 확장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KAI 역시 미국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에어버스 A350·A320네오 엔진 나셀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민항기 구조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주항공청과 KAI로 구성된 민관사절단은 최근 브라질을 방문해 엠브라에르 본사와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국내 기업의 항공기 제작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특히 이번 사업은 우주 분야보다 항공 분야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한화의 KAI 지분 확대 명분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는 최근 KAI 지분을 13% 이상까지 확대하며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항공우주 체계를 구축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다만 한화의 KAI 경영 참여를 둘러싼 노조의 반발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AI 노동조합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성무 의원을 만나 한화의 KAI 지분 인수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노조는 민간기업 중심의 우주항공 생태계가 구축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전략산업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과 항공우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향후 한화의 KAI 경영 참여가 본격화될 경우 독과점 우려와 노조 반발 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연말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준인 15%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정부가 독과점 우려보다 메가 방산·항공우주 기업 육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 큰 가치를 둘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