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올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2.4%의 `역(逆)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는 내년에 완만한 회복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회복 속도가 매우 더뎌 경제주체들이 경기 호전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10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4.2%, 하반기에 -0.6%를 기록해 연간 -2.4%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예측한 2.0%보다 4%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로, 정부가 제시한 수정 전망치인 -2%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1998년(-6.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분기별로는 올해 1분기 -4.2%, 2분기 -4.1%로 상반기 내내 부진하다가 하반기 때는 감소 폭(-0.6%)이 줄어드는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과 추경 예산 편성 등이 경기 하강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세계경제 회복에 중요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복구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우리 경제도 단기간 내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에는 세계 교역 여건이 개선되고 내외 수요가 늘어나면서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에 3.5% 성장을 해도 올해 2% 감소한 이후 성장이어서 전체적인 경제 공급 규모나 잠재성장과는 상당한 갭(격차)이 존재할 것"이라며 "경기 회복 속도가 매우 느려 피부에 와 닿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민간소비, 수출 등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기업의 업황 부진과 유휴 생산설비 급증 등으로 감소 폭이 지난해 2%에 이어 올해 18.0%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도 가계 구매력 저하 등으로 2.6% 감소하고, 수출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9.9% 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건설투자 성장률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2.1%에서 올해는 1.8%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올해 취업자 수는 기업의 고용 여력이 약화하면서 연간 13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상반기에만 17만 명이 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원자재가격 및 임금 안정과 수요 압력 약화로 연간 2.7% 오르는데 그치고, 경상수지는 수출 감소에도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18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