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지구촌사랑나눔에 방문한 미소금융중앙재단 김승유 이사장 ⓒ 뉴데일리

    붉은 악마 티를 입은 작은 아이가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방 안을 걷다 낯선 사람들이 보이자 울먹인다. 팔을 벌려 미소를 지으며 "이리와봐"라고 하자 곧 품에 안기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울상.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현장에 있던 이들이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에 소재한 (사)지구촌사랑나눔은 무지개빛 세상이다.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캄보디아, 파키스탄, 일본 등지에서 모인 이주민들이 한데 모여,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17일 오전 이곳은 어느때보다 활기찬 기운이 감돌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방문해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노동자 등 이주민들의 국내 정착과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 상담과 애로 사항 청취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참석을 약속했던 이주민들 이외에도 각별한 관심으로 발걸음한 다문화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사)지구촌사랑나눔에 방문한 미소금융중앙재단 김승유 이사장과 다문화 가족 ⓒ 뉴데일리

    이날 행사는 미소금융중앙재단 김승유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사)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김승유 이사장은 미소금융에 대해 "자활의지가 있으나 자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게 5% 미만의 저리로 대출해주는 시스템"이라고 간략히 소개한 뒤, "현대사회는 다문화 국가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여러분들의 에로사항을 듣고, 사업에 반영하고 싶다"고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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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금융중앙재단 김승유 이사장(좌)과 베트남 교민회 환티타이 직전회장(우) ⓒ 뉴데일리
    30여년 전부터 주거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는 김승유 이사장은 월세 25만원을 낼 돈이 없어 방 한칸에 다섯 가구가 모여 사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곳은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아니었다. 다만, 짐을 보관하는 장소이며, 평소 잠은 자신이 일을 하고 있는 곳이나 식당 등에 서 새우잠을 자야겠다. 전세나 원룸이 많았다면 아니, 다섯 가구가 단 세 가구만으로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텐데 하는 생각한 적 있다.

    베트남 교민회 환티타이 직전회장은 "75세의 노인이 혼자 월세 25만원 방을 얻어 사는데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날 모인 이주민들 15명 중 4명은 전세였으며, 2명은 자신의 집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대부분 한국인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6명을 제외한 9명은 현재 월세 생활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을 내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던 이주민들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여져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사)지구촌사랑나눔에서 진행된 미소금융 대담에 참석한 이주민들 ⓒ 뉴데일리

    한 이주민 여성은 추우면 남편이 일이 없어서 힘들다고 고백했고, 남편이 주방장이라는 또 다른 여성은 월 250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아이 셋과 다섯명이서 월세 20만원짜리 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은 몫돈이 없어 월세를 전세로 돌릴 수 없어 고통받고 있다며,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있겠냐고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 여성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직접 공개적으로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말하길 꺼려하던 여성은 주위 사람들에게 대신 말을 전하며 눈물을 흘려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했다. 현재 두 아이와 함께 방 한칸에서 10년간 4식구가 살고 있다는 그녀는 이제 아이들이 커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고민만 해왔다고 전했다.

    김해성 대표는 전세권 상장을 지역에서 대부분 안하려 든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자의 경우 매달 40~5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데, 쉼터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힘겨운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승유 이사장은 교회와 지역사회의 참여가 시급하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지구촌사랑나눔에서 진행된 미소금융 대담에 참석한 이주민들 ⓒ 뉴데일리

    몽골인 아내를 둔 한국인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동대문에 있는 몽골타운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나, 최근 G20개최를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서 다들 잡혀 들어가 타운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부인이 자신의 고향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지금은 상심이 크다며 미소금융이 좋은일을 한다기에 왔는데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또 다른 남성은 네팔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 4층 건물이 월 세 150만원에 공과금을 합쳐 200여만원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월 25만원의 집에 살고 있다. 부인이 임신했는데 화장실이 밖에 있어 불편해 이사를 할까 한다. 그런데, 실제는 밖에 살지만, 아내 명의로 집이 있어서 대출이 안된다고 하더라"라며 상담을 요청하기도해 실질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간의 궁금증이 해결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홍범식 본부장은 현재 미소금융의 새로운 상품을 개발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다문화의 전세자금을 검토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작은 용달차 사업을 하시는 분들과 외국인 창업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에 있어 이달 중 상품으로 나와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승유 이사장은 다문화 가족 2세들이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잘 자라야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전 일본에서도 지금과 똑같은 일이 있었다. 우리도 빨리 하지 않으면 10년 후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간구중이다"라고 아동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도록 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 참석한 SK 미소금융재단과 포스코 미소금융재단, 하나 미소금융재단은 앞으로도 좋은 일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알리고 협력해 시너지를 이뤄내기 위해 각별한 관계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