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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가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는 열쇠로 떠올랐다. 수십 년간 실타래처럼 꼬인 노사문제를 하나씩 풀어내는 제도적 장치로 안착한 셈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time off,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회사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하는 것이다.
다만 노사공동 이해관계에 속하는 노사교섭이나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과 같은 노무 관리적 성격의 업무에 한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내 기업들 잇따라 도입⋯ 노사문화 안착
지난해 7월 시행된 타임오프제가 시행 1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긍정적인 결과도 나왔다.
기아자동차는 타임오프 도입과 함께 지난 1991년부터 매년 파업을 겪다가 20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선진화된 노사문화가 정착되는 모습이다.주요 쟁점이었던 전임자 문제도 원활하게 조정됐다.
전임자는 회사 업무가 아닌 노조와 관련된 일만을 담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타임오프제에 따르면 이들의 급여는 회사가 아닌 노조가 자체적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 전임자의 급여로 사용되는 비용이 직원 복리후생에 쓰이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타 기업들도 타임오프제 도입에 잇따라 합의해왔다.
쌍용차는 기존 39명이던 전임자를 7명으로 대폭 줄였다. 타임오프 한도 외 상근자 임금은 노조수익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전임자를 15명으로 줄이고 상근자 임금을 노조 사업과 예산 효율성을 높여 해결했다. LG전자와 SK에너지, 현대미포조선, S-오일 등 기업들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100인 이상 기업 87%가 합의를 이뤘다. 이는 타임오프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보여주는 통계다.
선진국도 "노조 전임자 급여, 노조가 해결"
이미 선진국에서는 타임오프제가 보편화됐다.
노조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해결하는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와 유사한 노조 형태를 보이는 일본의 경우도 그렇다. 일본도 노조전임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노조전임자수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합원수 300~999인을 기준으로 1995년 3.7명에서 2003년 1.8명으로 줄었다. 조합원수 1000~4999인 곳에서도 10.1명에서 3.5명으로 감소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노조가 부담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확립된 셈이다. 함께 노조에 대한 경비지원은 부당노동행위다. 이를 위반 시 처벌을 받게 된다.
영국에서도 노동조합 조직에 금전 및 물질적 지원을 금하고 있다. 노조 측에서도 노조의 자주성 유지를 위해 사측에 금전 등 기타 물질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게 관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노사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타임오프제가 노사갈등을 푸는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도입 1주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타임오프의 안정적 정착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