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 순환형 구조 깨져경영권엔 지장 없어..3세 경영권 승계 가속화 전망도
  •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함에 따라 15년간 이어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도 바뀌게 됐다.

    그러나 외형적인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그룹 경영권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로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삼성 등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입찰제안 요청서를 발송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방법으로 블록딜(대량매매)을 통해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삼성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에 매각하거나, 또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1996년 완성된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 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형 출자 지배구조가 15년 만에 깨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삼성카드가 25.6% 지분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삼성에버랜드가 13.34%로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은 7.21%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35.3%로 다시 삼성카드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게 되면 동그라미형 지배구조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 수직적 지배구조로 바뀌게 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차지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셈.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소유 구조는 삼성카드 25.6%,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 사장 및 이서현 부사장 각 8.37%, 한국장학재단 4.25%,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 각 4%, 이건희 회장 3.72%, 삼성물산 1.48% 등이다.

    삼성카드와 한국장학재단이 지분을 내다 팔더라도 이재용 사장이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되고 우호 지분이 절반을 넘어 삼성에버랜드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 사장이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는 1995년 이 회장이 증여한 61억원이 종자돈이 됐다.

    그는 이 자금으로 이듬해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거래해 550억원으로 늘리고 나서 기존 법인주주가 실권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천700원에 인수하면서 지분 25.1%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현 서울교육감) 등 일부 법학 교수들과 참여연대가 2000년 6월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당시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그룹 핵심 관계자는 "금산법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지분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입찰의향서를 제안하라고 발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당장 삼성그룹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삼성이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 등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카드와 에버랜드 사이의 고리가 끊기면 순환 지배구조가 수직 구조가 되는 것이지만, 지배구조에는 변동이 전혀 없다"며 "지주회사 전환도 장기적으로 검토해본다는 것이지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은 앞서 지난 2008년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4~5년 정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