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위해 이태리 음식 시작 ‘미소금융’ 1천만원으로 두 번째 투자 대부업 독촉 전화 생각만해도 ‘끔찍해’작은 가게에 의아한 손님들, 맛보고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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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골목길에 위치한 <이태리 분식>.다른 분식점들과 달리,고급스러운 나무 인테이어로 한껏 멋을 낸,아담한 식당의 주방장이자 사장은 전요한 씨(34)다.고급레스토랑과 호텔 등지에서 경력을 쌓았던 전 씨는.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개인사업을 시작했다.처음에는 그동안 모았던 종자돈을 과감하게 투자해,<역적모임>이라는 고기집을 열었다.“고기집을 하면,대박이 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주변에서 말리는 목소리도 있었지만,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첫 사업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자금도 적지 않게 들었다.부동산에 있던 자리에 식당을 차렸기 때문에,권리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수도, 가스, 전기 시설 등 공사를전 씨가 직접 해야 했다.“고기집을 시작하면서,4천만원을 투자했습니다.가게는 작았지만 사무실만 있던 부동산이었기 때문에,시설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공사가 끝나고 가게 운영을 시작했지만,가게 인근에 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어,험한 소리를 듣기도 하는 등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이 하나씩 찾아왔다.“주변 식당들에서 엄청 싫어했습니다.술을 판매하니 취한 사람들도 상대해야 하고,주변에 공장이 많아 거친 손님도 종종 있었습니다.홀을 담당했던 아내가 고생을 했죠.불과 주방을 맡은 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숯불을 쓰다 보니 항상 재가 날리고,가게도 지저분해 지고…무엇보다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이런 일상이 계속 되다보니,나중에는 [가게를 버리고 가버릴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전 씨 부부는,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그러던 중 주변에 다른 식당들과는 차별화된,[이태리 음식]과 [분식]으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전 씨와 아내 김소희 씨는,레스토랑 주방에서 알게 된 사이인 만큼,함께 레시피를 개발하고 메뉴를 결정했다.“[올 여름부터는 제대로 장사를 시작해보자]라는생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고기집을 하면서 투자금이 컸던 터라,여유자금이 많지 않았다.투자자금 때문에 사금융을 사용할까도 생각해 봤지만,지난 일을 생각하며 전 씨는 고개를 저었다.“몇 년전 제3금융권에 돈을 댄 적이 있습니다.급히 돈이 필요해 400~500만씩 몇군데에서 빌렸죠.분명히 서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인천, 부산 쪽에서 대출금을 받았습니다.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44%였습니다.하루만 연체돼도 집으로, 직장으로,대부업 직원들이 찾아왔습니다.정말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죠.소자금을 여러 군데서 빌렸기 때문에,한군데 갚으면 다른 곳에서 독촉하고,또 갚으면 또 다른 곳에서 독촉 전화와 방문을 했습니다.시달려서 며칠간 잠을 못자기도 했습니다.”그러던 중 식당에 <미소금융(서울성동구 지점)>에서 놓고 간 전단지를 보게 됐다.“<어디서 돈을 구하면 좋을까>하고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대부업체들은 예전에 돈 갚으라고 그렇게 닦달하더니,이제는 싼 이율로 대출해주겠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절대 손을 안대겠다고 결심한 터라,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그 때,<미소금융 전단지>를 보게 됐고,성동구 지점으로 찾아갔습니다.가게를 어떻게 바꾸고 리모델링 할지,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소득 부분의 조건이 맞아,95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이율이 4.5%이니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 입니다.대부업의 1/10 수준이고,
제도권 자금이니까 안심됐습니다.”전 씨는 미소금융에서 대출받은 950만원으로,냉장고, 김치냉장고, 화력이 센 주방시설, 커피머신, 음료제조기, 튀김기 등등 장만했다.대부분 시설은 이미 갖춰져 있는 상태였지만,메뉴를 변경하니 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인테리어도,작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나무를 이용해 꾸몄다.“지난 4월에 오픈했는데,이제 입소문을 듣고 오는 손님들도 제법 생겼습니다.어떤 손님들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맛집정보를 보고,찾아오기도 하고요.처음 가게를 보고 크기가 작아,의아해 하는 손님도 있지만,맛을 보면 만족합니다.주요 파스타를 6천500백원에서 7천원 사이로 맞춘,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도 한몫했죠.요즘은 하고 싶은 요리를 하니까,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자 체인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도 한두명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전 씨는 올해 안에 종자돈을 모아 번화가에 분점을 내야겠다는 꿈도 꾸게 됐다.고희정 기자 meg@newdaily.co.kr사진.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