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게 메리트 "40% 싸다"배송, 환불, A/S, 교환 피해 가능성도

  • #. 3년 전 대학생 당시 미국 유명 브랜드 [아베크롬비] 공식 사이트에서 옷을 구매했다. 배송은 한 일주일 걸렸다. 요즘은 너무 많이 입어서 안 입게 됐지만, 당시 나 혼자 수입해서 입는 거였다.
    당시 150달러 이하는 관세가 없었다.

    - 해외직구 경험자 김 씨(30)

    #.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텀블러와 스타벅스 비아(VIA)를 구매해본 적 있다. 관세는 150달러 미만이라 없었다. 한국보다 30~40% 저렴하게 구매한 것 같다. 

    - 해외직구 경험자 박 씨(26)


    ◇ 해외직구? '싸다'


    앉아서도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시대에 '해외 직구족'의 기세가 대단하다. 최근 [유통 공룡] 아마존닷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며 해외 직구가 대세몰이 중이다.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역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일부 제품은 배송료와 관세, 부가세를 내도 해외직구가 국내 구입보다 저렴하다.

    해외 직구를 하면 120만원짜리 아웃도어 패딩점퍼 '캐나다구스'를 7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부터 국내 가전제품을 해외 직구하면 더 저렴하다는 말까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외 직구는 즉 '싸다'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 ▲ ⓒ아마존닷컴 화면 캡쳐
    ▲ ⓒ아마존닷컴 화면 캡쳐



    게다가 해외 현지 사이트는 비교적 우리나라보다 회원가입도 쉽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하려면, 회원가입을 위해 알아보기 힘든 각종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각종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아마존닷컴을 보면 이메일 주소와 이름만 입력하면 된다.

관세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동향 통계 지표에 따르면 해외 직구 규모는 2010년 2319억 원이었던 것이 2011년 4020억 원, 2012년 5253억 원으로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1조원 대를 넘겼을 거라는 예상도 있다.

#. 해외직구 3년차다. 지난달의 절반 정도는 미국에서 소포가 도착했을 정도로 직구만 하는 편이다.
직구는 시간과 정보의 싸움인 것 같다. 엄청난 구글링이 필요하다. 그렇게 한국에서 29만원에 파는 걸 직구로 7만원에 산 적도 있다.

- 해외직구 3년차 이 씨(32)

요즘은 오픈마켓에서도 해외 직구 시스템을 도입,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해 3월부터 옥션은 '원클릭 직구'를 통해 해외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G마켓 역시 '글로벌 쇼핑' 코너로 소비자의 직구를 돕고 있다. 


◇ 소비자 불안하게 하는 '해외직구'


#. 직구 하려고 보니 한국 카드를 잘 안받아주더라. 
페이팔(국제 결제 시스템)에 가입해야 했다.

저렴한 대신 불만·불편 사항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소비자 피해는 역시 '배송' 문제다. 본사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경우 해당 외국어를 사용해 주소 등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잘못 작성할 경우 엉뚱한 곳으로 배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배송대행 업체 관계자는 "주문 시 영문으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외 업체에서 구매하다보니 환불은 물론 A/S와 교환이 어렵기도 하다. 절차도 까다롭고 피해가 발생해도 마땅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소비자들은 해외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지만, 이 역시 피해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구매대행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한 사례는 2013년 964건에 달했다. 2010년 440건 이던 상담 건수는 2011년 608건, 2012년 802건 등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해당 업체들은 상품에 문제가 있음에도 환불, 교환을 거절하거나 반품시 과다한 배상액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에도 소비자 피해 구제건수는 2011년 40건, 2012년 47건, 올해 10월말 현재 30건으로 구제율이 4∼6%선에 그쳤다. 소비자의 불안감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물류 업체가 '해외배송에 대한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2010년부터 한진 이하넥스는 해외 배송대행은 물론, 구매대행까지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진물류 관계자는 "회원 가입 수는 매해 20~30% 늘고 있다"면서 "해외 배송 대행은 물론이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URL을 입력하면구매 대행까지 해주는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현지 고객센터를 마련해 처리하고 있다. 소비자의 과실인 경우도 있지만 업체측 잘못인 경우도 있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게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초보 메뉴얼'을 마련하는 등 준비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 이하넥스의 배송대행 서비스는 일반 해외배송과 비슷하게 무게에 따라 비용이 지불되는 시스템이다. 구매대행일 경우 수수료가 발생한다.

한편 이와 같은 위험성에도 해외직구족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양적·질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해외직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캐나다, 미국 등 전세계적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온라인 해외직구족은 약 1800만 명이었고 그 금액은 352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40억6000만달러, 브라질은 1억2000만달러, 영국은 13억1000만달러였다. 특히 해외직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캐나다의 경우, 전자상거래 거래액의 25%가 해외결제액일 정도로 해외직구가 일상화돼 있다.

이와 관련 무역협회는 "해외 직구(직접구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러한 트렌드를 역으로 해외 내수시장 공략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