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발병확률 2~5배 높아
보청기 체계적 검사 후 선택해야 실패 없어



정년 퇴직한 지 3년여가 된 정 모씨(63)는 요즘 부쩍 외로움과 고독감을 많이 느낀다. 

가족들의 대화에도 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적막함을 이기기 위해 습관적으로 TV를 켜 두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내와 딸아이의 구박이 심해졌다. TV소리가 크다고 하질 않나, 몇 번씩 되물어도 대답도 어물쩡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구들과의 대화도 피하게 되고, TV도 눈치 보여 볼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외출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점점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우울하고 가족에게는 이유 없이 화도 잘 낸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와 딸아이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노인성 난청을 진단받고 그 동안의 상황이 이해가 됐다.


 
▲ 노인성난청 그냥 두면 대인관계 어렵거나 우울증 유발

나이가 들수록 노화가 발생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나이가 들수록 귀의 노화도 진행되어 청각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이 때문에 주변의 소리나 말을 잘못 듣게 되어 오는 소외감과 혼자만의 고립된 생활은 노인성 우울증을 일으키는데 충분한 원인이 된다. 

실제로 난청과 관계 없이도 나이가 들며 생기는 상실감이나 외로움으로 인해 노인성우울증이 증가하고 있으며 난청은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난청은 단순히 잘 못 듣는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 오랜 기간 명확한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뇌로 전달되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고 인지력과 기억력이 점차 떨어진다. 또 고립감과 우울감이 늘어나면 인지기능 저하도 심해져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경우 정상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2배에서 크게 5배가 높았으며, 난청관리를 위한 보청기 착용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김성근이비인후과 청각클리닉 김성근 원장은 "노인성 난청이 생기는 연령대가 되면 뇌의 노화도 본격화된다"며 "뇌의 노화와 노인성 난청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겹치면 노인성 우울증이나 치매가 유발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난청이 노인성우울증이나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노후의 생활패턴과 관계가 있다. 특별한 경제적인 활동이 없는 노인들은 친구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며, 이러한 활동들은 청력 없이는 즐기기 어려운 활동들이기 때문이다.
 
 보청기, 정확한 검사 후 사후관리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노인성난청은 본인 스스로가 꾸준한 청력관리와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최우선 되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노인성난청이 많이 진행 된 상태라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이다.

물론 노인성 난청 때문에 손실된 청력은 되돌릴 수 없다. 다만, 보청기를 착용하게 되면 청력을 유지하고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고, 잘못된 정보로 선입견을 가지고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는 올바른 선택과정과 꾸준한 관리가 이어진다면 보청기 착용에 실패하지 않는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 보청기 착용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단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65세 이상인데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는 것은 괜찮은데, 교회나 호텔 로비 등에서는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간다' '잔다' '판다' '산다' 등의 단어를 구분하기 힘들다 △TV 뉴스는 잘 들리는데, 드라마의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보청기를 선택하기 전 자신이 어떤 유형의 난청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혹시나 귀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한 후에 보청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청기 선택은 단순히 청력 손실의 정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청각사의 정확한 검사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올바른 처방이다.

이에 김성근 원장은 “청력검사·소음하 문장 인지도 검사·큰소리 민감도 검사·어음 변별력 검사·울림에 대한 민감도 검사 등과 더불어, 달팽이관의 노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뇌의 청각 기능 장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보청기를 착용하면, 없던 이명이나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의의 검사 및 진단 더 나아가 사후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청기는 착용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착용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청기가 익숙해지도록 가족들이 옆에서 도와주며 보청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착용하고 있는 귀의 난청이 더 심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