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효율↑… 생존 위한 다이어트"M&A 집착하다 탈 날라" 우려 섞인 지적도
  • ▲ 은행권이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일 금감원에서 열린 2014년 은행부문 감독업무설명회에선 은행의 생존 전략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은 여의도의 흐린 풍경. ⓒ 연합뉴스
    ▲ 은행권이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일 금감원에서 열린 2014년 은행부문 감독업무설명회에선 은행의 생존 전략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은 여의도의 흐린 풍경. ⓒ 연합뉴스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6일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진행된 '2014년 은행부문 감독업무설명회' 분위기는 비장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이에 이날 열린 설명회에선 시중은행이 나아갈 길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가 이어졌다. 은행권·금융연구인력·금융당국 인사 등은 은행의 생존 전략을 각자의 입장에서 제시했다. 

◇ 몸집 줄이고 효율성 높여

국내 시중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채널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안효진 신한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보는 '2014년 은행부문 감독업무설명회'에서 국내 은행들의 2014년 경영계획의 주요 특징을 설명했다.

안 부행장보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의 올해 경영전략은 리스크관리, 효율성 제고, 새로운 수익원 창출, 신뢰회복 등으로 요약된다.

이 중에서 올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의 채널 구조조정이다.

안 부행장보는 "주요 은행들의 경영전략에서 비대면채널 강화 등을 통한 채널 구조조정이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올해 새로운 모습인데 이제 채널 전략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기존의 영업점포 확대보다는 스마트폰 뱅킹 등 비대면 채널 강화를 통한 채널의 구조조정과 전략화가 은행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 측면에서 은퇴시장 선도나 창조적 금융 확산, 비대면 독립사업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비용적 측면에서 효율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우리은행은 미래 성장사업을 고민하며 양보다는 질적 가치경영에 방점을 둔 경영계획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신성장 동력을 글로벌 공략과 비대면 채널 강화에서 찾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기존 경쟁의 틀을 깨는 차별적 성장을 선언, 견실한 재무 건전성을 기반으로 한 고객가치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경영화두로 삼고 있다.

안 부행장보는 "여전히 최우선 순위는 건전한 재무건전성"이라며 "신한은행은 견실한 재무구조를 토대로 고객들의 자산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M&A, 능사 아냐"

국내 은행들이 실물경제 지원 등 금융의 근본을 무시한 채 무리한 M&A 등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회에서 은행산업의 전망 및 위험요인을 설명하며 이같이 경고했다.

김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9월말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1%이며 같은 기간 기업부문의 부실채권은 총 부실채권의 85.7%인 22조원에 달한다.

또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부채과다 대기업의 유동성 위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유동성은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외화자금 조달을 위한 비용도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부채과다 기업의 유동성 위험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대기업 가운데 단기자금비율이 50% 이상인 기업은 현재 65% 정도.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비율은 열악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일시에 예금이 빠져 나갈 수도 있어 은행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품 경제'로 위기를 겪은 일본과 한국의 경제상황을 비교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내수경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겪은 경제위기와 유사하다는 의견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80년대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했는데 M&A 버블이 꺼지면서 실패로 돌아갔다"며 "우리나라의 최근 모습을 보면 모멘텀도 없이 버블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무리하게 퍼 부으면 더 큰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좋지만 실물경제 지원 등 금융의 근본을 무시한 채 무리한 M&A 등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내 서민금융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데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김 선임연구원은 "서민금융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금융사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데 이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서민금융이 잠식돼 타격을 입을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 "어러울 때일수록 고객 신뢰 지켜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적극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은행 영업 활동에서 수반될 수 있는 '꺾기' 등의 요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강화된 꺾기 규제가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화된 꺾기 규제는 대출전후 1개월 내 보험·펀드 가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외에 대표자 및 등기임원의 상품 가입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또 저신용·저소득자도 상환능력에 맞게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 내부 신용평가모형의 정교화도 유도키로 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기초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정착도 유도해 나갈 예정. 동시에 은행과 중소기업 간 장기거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형 금융의 활성화도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도 다짐했다.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한 대외익스포져 관리 강화,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개편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 감독 기조를 보수적으로 유지키로 했다.

또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지난달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추가대책 등에 따라 양적 관리 강화와 질적 구조 개선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주채무계열 편입대상 확대, 주채권은행 중심의 신속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취약업종기업의 부실위험에도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과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검사도 강고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돼 경영건전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경영개선 노력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의 운영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기능도 강화한다.
 
실효성 있는 검사를 위해 위법·부당행위 적발시에는 무기한 검사를 진행하고, 현장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제 작동여부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도 이원화된다. 경영실태평가 전문검사와 법규위반·건전성 관련 검사로 분리해 수행키로 한 것. 특히 공격적인 영업전략과 고위험투자 확대 등 경영위험에 대해서는 밀착 감시할 계획이다.

검사 이후 사후관리와 제재도 강화돼 중대한 위법·부당행위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우선 적용하고 현행 법규내 최고 수준의 과태료 부과건의 등 엄정한 제재조치를 부과키로 했다.

이 밖에도 검사결과 공시대상 범위 확대, 시장규율에 의한 경영감시기능도 강화한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감독자로서 감독도 하고 점검도 하지만 감독자로서 기능보다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통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봐 줬으면 좋겠다"며 "언제든지 시장의 의견을 듣고 보완할 사항은 보완토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