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주 줄세우기 철폐…과정 중요시하는 평가로'매우만족' 구걸하던 고객만족도평가도 대폭 개선
  • ▲ 국민은행이 '스토리가 있는 금융' 실천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 KB국민은행 제공
    ▲ 국민은행이 '스토리가 있는 금융' 실천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 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이 '스토리가 있는 금융' 실천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위대한 KB국민은행'이라는 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고객의 이익 극대화는 물론 영업과정에서 느끼는 직원들의 만족감과 성취감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고, 고객의 상황과 수요에 맞는 상품을 제안함으로써 '은행에 대한 고객가치 극대화' 가 아닌 '고객에 대한 은행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 즉, 고객을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만 인식했던 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는 KB금융그룹이 지향하는 '시우(時雨)금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시우금융이란 적절한 때에 알맞은 양으로 필요한 만큼 내리는 비처럼,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혜택 등을 한발 먼저 다가가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실적 위주 줄세우기 철폐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성과관리체계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전면적 개편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고객지향적 성과관리 TFT' 운영을 통해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성과평가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하고, 고객가치부 신설을 통해 Push(압박)형 독려를 Coaching(지도) 중심으로 전환했으며, KPI라는 명칭을 가치향상지수(VI, Value-up Index)로 변경하는 등 과거 고질적으로 악순환 되었던 KPI 지상주의를 불식시키고 직원들이 자율적 능동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과거 영업점간 과다한 경쟁과 무리한 영업의 원인이 되었던 지점장 종합평가 기준도 대폭 개편 재무성과 결과보다는 과정과 역량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무리한 줄세우기로 인해 영업점장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가서 편법과 비윤리적인 영업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경영은 하지 않겠다는 이건호 행장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다.

◇ 고객만족도 조사, 실질적 효과 있도록 개선

"고객님, '매우만족' 부탁드립니다"
은행원이 고객에게 하던 이 같은 요청도 국민은행에선 사라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고객만족도조사(CSI) 운영 방향 역시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형식적이고 점수위주 방식으로 운영한 결과 고객에게 '매우만족'을 요청하는 행태로 왜곡 운영되던 것을 개선, 영업점장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앞으로 은행과 고객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영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하에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만을 판매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이익 극대화는 물론이고, 직원들도 고객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짐으로써 고객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영업문화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 영업문화로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그 동안 은행직원의 상품권유가 부담스러워 은행방문을 꺼리던 고객들도 보다 편안하게 영업점을 방문하여 필요한 업무를 보실 수 있고, 직원들 또한 실적을 위해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만을 판매함으로써 금융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자평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변신은 국내 시중은행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고객과 은행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은행 영업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인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