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부터 싼타페· 쏘나타까지…잇따라 터진 '연비논란' 美소비자와 韓소비자 차이가 '거센 원성'불러
  • "전사적 역량을 모아 차량 연비와 안전 성능을 더욱 강화하고, 친환경 그린카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 같은 혁신기술 개발은 물론 연구인력 확보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지난 14일 현대차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향후 '차량 연비'와 '안전 성능' 강화에 더욱 힘쓸 것을 약속했다. 올해 신년사에 이어 또 한 번 연비문제를 강조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일 뒤인 17일 현대차는 '연비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차는 출시를 목전에 둔 신형 쏘나타의 연비를 당초 12.6km/l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인증 절차 결과 연비는 12.1km/l로 드러났다. 현대차 측은 "연구소 자체 시험에서 나온 잠정 수치로 미인증된 것임에도, 착오로 발표자료에 잘못 삽입된 것"이라 해명했다.

  • ▲ 최근 '연비 해프닝'에 휩싸인 신형 쏘나타ⓒ현대차
    ▲ 최근 '연비 해프닝'에 휩싸인 신형 쏘나타ⓒ현대차


    완성차 업체라면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연비과장'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현대차는 365일 내내 '긴장모드'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뻥 연비' 논란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연비는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을 가늠하게 하는 잣대다. 정 회장이 주총을 통해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연비 강화에 힘쓸 것을 다짐한 것도 연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질주하던 현대차의 성장세는 최근 주춤하다.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차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연비'문제를 지적한다. 연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기업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보상문제를 두고 해외 소비자들과 차별대우 한다는 국내소비자들의 원성도 커져만 가고 있다.

    ◇ 美서 시작된 '연비과장' 논란

    현대차의 연비과장 논란은 2012년 7월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한 차량 구매자가 시민단체와 함께 연비과장광고를 이유로 현대차 미국법인(HMA)을 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차량 구매자는 현대차측이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연비를 갤런당 40마일이라 광고했지만 직접 측정해보니 29마일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거센 '집단소송'이 일었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현대·기아차의 연비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결국 현·기차의 북미 판매 모델 2011년~2013년 모델 20개 차종 중 13종, 총 90만대가 문제가 됐다. 당시 외신은 "EPA를 통해 한 제조사의 많은 차량에 대한 시험결과가 대거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며 전례없는 사건임을 부각시켰다.

    현대차는 당해 11월 문제가 된 13종 차량의 인증연비를 자발적으로 내렸다. 또 미국 주요 일간지를 통해 '사과광고'를 내는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였다. 당시 현대차는 "이번 연비변경은 미국 연비시험 절차상의 규정 해석과 시험환경·방법 등의 차이로 인해 일부 주행 편차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연비인증시험법규는 주행차량 테스트 규정과 절차상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들에게는 연비문제로 보상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 美소비자에만 보상, 韓소비자 마음에 불지르다

    현대차는 결국 미국 90만명, 캐나다 12만명 등 102만명에게 첫해 1인당 88달러, 이후 해당 차량 보유기간까지 매년 77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보상 계획을 내놨다.

    소송으로 다투지 않고 최대한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소송으로 끝장을 볼 경우 법원의 심리과정 중 현대차의 연비 측정 오류가 고의적이었다고 판결될 시 막대한 배상책임은 물론 기업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IR을 통해 북미연비보상을 위한 충당금으로 현대차 2400억원, 기아차 2000억 등 총 4400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소비자들도 소송전에 돌입했다. 결과는 전패였다. 법원은 "'실제 연비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어 보통의 소비자라면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입장이다.

    현대차 역시 "국내는 지정된 과정을 통해 국가가 인증한 연비여서 문제가 없다"며 "연비규정을 해석하는데 절차상 오류가 있어 보상키로한 미국 사례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내소비자들에 분노의 불똥은 '싼타페'로 튀었다. 바로 '수(水)타페'논란이 그것이다. 빗물이 트렁크 등 차량 내부로 흘러든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하나 둘 이어졌고 결국 국토부는 제작결함 조사에 돌입했다.

     

  • ▲ '수타페'논란에 이어 '연비'논란까지 휩싸인 싼타페DMⓒ현대차
    ▲ '수타페'논란에 이어 '연비'논란까지 휩싸인 싼타페DMⓒ현대차


    ◇'水타페' 논란이 연비로 '불똥'

    공교롭게도 국토부에 넘어간 '싼타페DM'에서 연비가 과장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 자기인증적합조사 결과 싼타페가 연비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현대차가 국토부에 제시한 싼타페의 연비는 14.4km/l다. 국토부에 따르면 싼타페의 실연비는 이보다 10%낮은 13km/다. 오차허용범위인 5%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현대차 측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사결과엔 이상이 없었다며, 국토부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요구한 측정방법을 받아들여 지난달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재조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이 유지될 경우 현대차는 소비자 9만명에게 최대 1000억원 이상을 보상해야 한다.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