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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내 항공기를 정비하는 중정비 격납고에 들어서자 중대형기 2대가 잠자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거대한 비행기 주변으로 안전모를 쓴 기술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비행기의 살갗을 뜯어내고 그 안에 복잡하게 구성된 부품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한 비행기 당 많게는 100명에서 적게는 20~30여명의 기술자들이 각자 맡은 장소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람과 비행기 그리고 격납고 전체가 삼박자를 이루며 조화롭게 공생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항공기의 수명은 보통 25년 정도로 2년마다 상태를 체크하고, 6년이 되면 전체를 분해해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중정비 공정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비행기 안전을 위해 결함이 발생하기 전 미리 항공기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래서인지 기술자들의 얼굴에서는 결함을 수리해야한다는 조급함 보다는 비행기 상태를 충분히 점검한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맞은편 격납고에서는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된 항공기에 대한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통 신형 항공기는 사람을 태우는 여객기로 사용되는데 18년 정도가 지나면 화물기로 개조한다. 개조작업은 항공기를 해체 후 재조립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꼽히며 3~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항공기 출입구로 연결된 작업대 계단을 올라 항공기 내부로 들어서자 객실 의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화물을 나르기 위한 컨베이어 장비가 빈틈없이 설치돼 있었다. 내부 곳곳에서 정비사들이 기체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었다.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는 정비 공장 외에도 페인트 공장, 부품 제작, 조립 공장 등이 들어섰다. 즉, 항공기의 요람부터 무덤까지 책임지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의도 공원 면적의 3배에 달하는 70만㎡ 크기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차를 타고 부품 제작 공장으로 이동하자 대한항공이 주력하는 사업 중 하나인 '샤크렛(Sharklet)' 생산 공장이 나왔다. 철문을 열고 공장에 들어서자 양쪽 날개의 공간이 따로 나눠진 작업공간이 눈에 띄었다. 공장 안내를 담당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을 따로 분리했다"며 "이 공간은 금속의 변형을 막기 위해 25°라는 일정한 온도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매달 이곳에서 항공기 40대에 들어가는 샤크렛 80개가 생산된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샤크렛은 항공기 날개를 지칭하는 말로 금속보다 강한 차세대 섬유소재인 '탄소섬유'를 압축해 알파벳 엘(L)자 형태로 성형하는 특수기술이다. 주로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A320에 납품되고 있다.
항공기 중정비와 샤크렛과 같은 비행기 부품 생산 등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대한항공의 핵심축이다. 작년 매출은 7642억원으로 매년 25%씩 급성장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1조1000억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노력이 매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세계 수준의 항공우주 종합기업을 꿈꾸는 대한항공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적과 결과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개발을 포기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인 수직 이착륙 무인기 '틸트로터'도 2011년부터 개발에 나서 양산 직전의 단계까지 와 있고 개발과 수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