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도 평온했던 주총장…소액주주 항의 사실상 없어임영록 회장 회동한 제1노조,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주총장 입장 저지당한 제3노조, 은행 1층서 목소리 높여
  • ▲ 28일 열린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는 예상보다 평온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 유상석 기자
    ▲ 28일 열린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는 예상보다 평온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 유상석 기자

    예상보다는 평온했다. 하지만 타 금융지주사에 비하면 다소 잡음이 있었다.

KB금융지주 주주총회를 두 문장으로 표현한 말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총은 주주와 노조가 현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주총장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평온했다. 기존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단, 제3노조인 KB국민은행노조 간부들이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 '만장일치' 통과… 평온한 주총장

이 날 10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별다른 잡음 없이 35분여 간 평온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주총에서는 △2013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 승인 △신임 3명을 포함한 8인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안건에 올랐고, 위 안건은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 주총을 통해 조재호 서울대 교수(신임), 김명직 한양대 교수(신임), 신성환 홍익대 교수(신임),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김영진 서울대 교수,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이종천 숭실대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가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이들 중 신성환·이경재·김영진·이종천·고승의 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하게 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지난 2013년 금 50억원이던 것을 이번엔 25억원으로 줄였다. 인센티브로 부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도 25만주에서 10만주로 줄였다.

이사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결정된 것이다. 이를 잘못 이해한 소액주주 한 명이 "경영사정이 어렵다면서 보수를 줄이지 않으려 한다"고 잠깐 항의했으나 다른 주주의 설명을 들은 뒤 곧 진정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임영록 회장은 "어려운 경영 사정으로 주주 여러분께 배당을 많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임직원이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대화 통했다'… 조용한 제1노조

KB금융 내 제1노조인 금산노조 국민은행지부는 이 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인 27일 금융위원회 앞에서의 시위를 통해 "대학교수들을 사외이사로 앉혀놓으면 현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와 관련,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성낙조 국민은행지부 노조위원장과 회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 회장은 이 날 취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성 위원장과 단독으로 만났다. 50분가량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눈 후 성 위원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통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가 요구해 온 책임경영 시스템에 대해 임 회장이 공감을 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노조는 그 동안 그룹사의 잇따른 사고와 관련해 외부 출신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외부에서 온 경영진이 성과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직원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회동이 주총 하루 전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임 회장의 '노조 달래기'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 ▲ 윤영대 위원장(사진 가운데 가방 멘 이) 등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간부들이 주총장 입장을 제지당하고 있다. ⓒ 유상석 기자
    ▲ 윤영대 위원장(사진 가운데 가방 멘 이) 등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간부들이 주총장 입장을 제지당하고 있다. ⓒ 유상석 기자

    ◇ "왜 우릴 막느냐"… 목청 높인 제3노조

  • 4층 주총장의 분위기는 평온했지만, 1층 본점 출입구는 그렇지 못했다. 제3노조가 실적 부진 및 정보유출사태에 따른 경영진 책임, 신임 사외이사 선임의 부당성 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동조합 위원장 등 제3노조 간부들은 28일 오전 9시 경부터 이 같은 내용의 시위를 진행했다.

    윤 위원장 등은 "신임 이사는 물론, 기존 이사들까지 죄다 서울대 동문들이다. KB금융을 서울대 동창회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또 "최근 벌어진 카드사태와 관련, 회사의 수장을 맡은 지 8개월에 불과했던 심재오 전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반면, 지주사의 높으신 분들은 어떤 책임도지지 않고 있다. 주주의 자격으로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데, 왜 내가 입장하는 것을 막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간부들은
    ▲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간부들은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참여하려는데 은행 측이 입장을 제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유상석 기자

    윤 위원장 등은 제3노조 간부인 동시에, 우리사주조합의 일원으로서 국민은행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 이들의 시위는 주총이 끝난 후인 10시 30분경까지 계속 진행됐다.

    시위와 관련,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터라,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어도 잘 조율해서 위기를 이겨 나가자고 사내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