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백화점 유휴 공간에 기획력을 더해 기존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긴 불황으로 울상인 백화점에 작은 활력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10일 AK플라자에 따르면 구로점 지하의 23.4㎡ 작은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한 달 매출이 700만원에 불과했던 '미운 오리' 공간이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탈바꿈한 뒤 매출이 이전보다 195% 신장(1천900만원)하며 '백조'가 된 것. 목표 매출보다도 517% 초과해 달성했다.
이 공간을 찾는 고객 수도 늘어 하루 평균 20%, 객단가는 7% 증가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이 공간은 본래 지하 1층 푸드홀에 있던 자투리 공간이었으나 구로점 고객의 수요와 특성에 맞춰 변화를 꾀한 것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나 에스컬레이터 주변의 유휴 공간에 변화를 줘 매출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
작년 10월 소공동 본점과 영플라자를 이어주는 러브릿지에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의 인기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19일 동안 매출 2억원을 올렸다. 청량리점의 경우 2층 에스컬레이터 옆 공간에 의류와 핸드백 등을 파는 매장을 열었더니 인근 의류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월평균 9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 여세를 몰아 13일까지 휴식 공간인 영플라자 옥상 공원에 떡볶이와 다코야끼 등 분식류를 판매하는 임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4일 신촌점 지하 2층에 메신저 '카카오톡'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카카오 프렌즈' 팝업스토어를 열어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흘 동안 1억6000만원, 하루 평균 4천만원을 기록한 것. 이는 기존보다 매출이 8배 이상 뛴 금액이다. 규모 33㎡의 이 공간은 원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 주로 마네킹이 서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반응이 좋아 26일부터는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에도 에스컬레이터 앞쪽 공간에 팝업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본점 여성복 매장이 있는 3층 에스컬레이터 옆의 9.9㎡ 크기의 유휴 공간에 봉제선 없는 속옷과 레깅스 등을 선보이는 '세컨스킨'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듬해에는 매출이 45% 증가했으며 여름에는 월평균 1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공간을 활용해 이색적인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며 "특히 이런 매장은 고객 반응이 좋고 매출도 두드러져 기획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속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