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
간판만 바꿔달았는데 현대 고급이미지 먹힐까
현대백화점 "1년간 2000억원 매출 올리겠다"
  • ▲ 현대백화점 아울렛 1호점인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1일 프리오픈에 이어 2일 정식 개장한다.ⓒ현대백화점
    ▲ 현대백화점 아울렛 1호점인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1일 프리오픈에 이어 2일 정식 개장한다.ⓒ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한라로부터 위탁 운영키로 한 현대아울렛 가산점을 2일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대아울렛 가산점은 지난해 3월 한라건설이 개장한 '하이힐'을 새롭게 단장했다. 현대백화점은 20년간 위탁운영을 하게 되며 쇼핑몰 영업이익의 10% 가량을 위탁 운영 수수료로 받게 된다.

    2개월간의 개·보수 작업을 거쳐 오픈하는 현대아울렛 가산점은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로 영업면적이 7만 9000㎡)에 달해 롯데백화점 본점보다 규모가 크다. 전체 입점 브랜드는 230개(식음시설 제외)로, 이전에 하이힐 아울렛보다 20여 개가 늘었다.

    특히 미샤·오브제를 비롯한 90개의 인기 브랜드가 새로 입점되는 등 전체 입점 브랜드의 약 40%가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이윤규 현대아울렛 가산점장은 "영 고객이 선호하는 에잇세컨즈·LAP·원더플레이스 등 SPA 브랜드와 듀엘·톰보이 등 경쟁력을 갖춘 영캐주얼 브랜드 등이 대폭 강화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존 하이힐에 입점돼 있던 타임·시스템 외에 타임옴므와 시스템옴므·마인·쥬시꾸뛰르·올라카일리 등 한섬의 대표 브랜드도 대거 선보이게 된다.


    #시험대 오른 정지선 회장, 한 수가 좌우 

    한동안 신규 사업에 주춤했던 현대백화점이 최근 잇따라 아울렛 부지를 확보하며 신사업에 속도를 내자 업계의 촉각도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인 투자를 유지하던 현대백화점이 과감한 공격경영을 펼치는 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아울렛은 매년 두자릿수대 성장을 거듭하며 '유통업계 황금알'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울렛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의 구상을 둘러싸고, 처음 도전장을 내민 만큼 그 성적표에 따라 정 회장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아울렛이 '테스트 마켓'이 됐다"며 "정지선 회장이 또한번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오픈한 가산점를 비롯해 오는 12월에 김포에 첫 번째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장하고 내년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 계획이다.


    #가산동 상권 지각변동 예고에 엇갈린 시각

    약 8000억원 규모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산동 일대에 현대백화점이 가세해 상권경쟁은 더욱 치열화될 전망이다.

    가산동 아울렛타운 상권 경쟁은 마리오 아울렛과 W몰 등 중심에 있는 기존업체에 하이힐아울렛 같은 후발주자들이 도전하는 구도였다. 지난해 연 매출 규모로 보면 마리오아울렛과 W몰이 각각 3000억원 정도며, 하이힐아울렛은 1000억원을 밑돌았다.

    현대백화점은 시장진입은 늦었지만 막강한 바잉 파워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집객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문화 콘텐츠가 취약한 가산동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지역 내 문화저변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주변 호응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아울렛만의 차별화된 MD와 서비스를 통해 개점 후 1년간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 진출을 달갑게 보지만은 않고 있다. 가산동 아울렛타운에 메이저 유통업체가 입성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존 가산동 아울렛 업체들은 기존 업체들의 매출 하락 우려와 특히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젠 유통업계 강자들과 경쟁해 지켜내야 하니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동종업체들 역시 견제보다는 우려가 짙었다. 사실상 하이힐에서 간판만 바꿔달은 격이라며 현대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신규 유통 채널에 뛰어들은 현대백화점의 과감한 공격경영은 늦은감이 없지 않아 있다"며 "짧은 기간동안 준비한 데다, 일부만 재단장된 터라 '현대백화점'이 강조하는 명품 이미지가 제대로 어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