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부터 그룹 편입까지 '스킨십 경영' 펼쳐과감한 투자, 전략으로 기술기업 우뚝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6월 29일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경영을 펼쳤다. ⓒSK하이닉스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6월 29일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경영을 펼쳤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주인없는 회사로 위기에 놓였던 하이닉스가 SK 날개를 달고 고공행진을 시작한 것. 이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뚝심' 덕분이다.
 
과거 모두가 인수를 반대할 당시 하이닉스의 미래를 내다본 최 회장은 뚝심있게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후 직원들과 만나 스킨십경영을 펼치며 SK그룹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도록 이끌었다. 

기술에 대한 투자와 전략적 경영도 이어졌다. 상장 후 17년 만에 최고의 주가를 올린 SK하이닉스를 놓고 '최 회장의 리더십'이 언급되는 이유다. 

19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개장 직후 5만원 선을 넘으며 5만300원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옛 현대전자 시절 세운 최고가(4만9600원)를 17년 만에 갈아치우며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등극한 것이다. 

◆ 최 회장의 결단… SK그룹 편입까지 꼼꼼히 돌봐  

SK하이닉스를 언급하면 최태원 회장의 이야기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하이닉스를 구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으로 이끈 주인공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하이닉스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반도체 시장의 미래 전망이 불안정한 상태라 잘못했다가는 인수 주체인 SK텔레콤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당수의 고위급 인사들도 하이닉스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가능성을 확신한 최 회장은 인수를 밀어붙였다.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12월 하이닉스 이천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충북 청주와 중국 우시의 생산 현장을 직접 챙기며 애착을 보여왔다.

하이닉스가 그룹에 편입된 후에도 '스킨십 경영'을 이어갔다. 지난 2012년 7월에는 청주 제3공장을 찾아 200여명의 직원들과 맥주소통을 벌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최 회장의 소탈하고 진심어린 소통에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자연스럽게 편입된 것도 최 회장의 스킨십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6월 29일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경영을 펼쳤다. ⓒSK하이닉스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6월 29일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경영을 펼쳤다. ⓒSK하이닉스 제공


  • ◆ 날개 단 하이닉스, '투자 늘린 전략적 행보'

    하이닉스를 SK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최 회장은 경영전략부터 손봤다. 과감한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우선 기술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지난해 1조 144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연구개발비 1조원을 넘겼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반도체 산업의 불황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이었지만 SK하이닉스는 반대로 투자를 늘렸다.

    2012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2011년(3조5000억원) 대비 10%를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청주 공장에 새로운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인 M12를 준공하게 됐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원가경쟁력,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미세공정 전환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기술리더십을 강조한 인사도 단행됐다. 

    지난해 회사 내 최고 기술자인 박성욱 CTO를 CEO로 선임하는가 하면 오세용 서울대 융합대학원 교수와 이석희 카이스트 교수를 각각 제조, 기술부분장과 미래 기술연구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기술 인력에 대한 배치가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도 변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최 회장은 2012년 6월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아이디어 플래시'를 인수해 '유럽기술센터'로 전환했으며, 미국 컨트롤러 전문회사 LAMD 인수 등을 추진해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 ▲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일 환경부로부터 저탄소 제품 인증을 획득한 20나노급 4기가비트 LPDDR2와 LPDDR3 모바일 D램.ⓒ연합뉴스
    ▲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일 환경부로부터 저탄소 제품 인증을 획득한 20나노급 4기가비트 LPDDR2와 LPDDR3 모바일 D램.ⓒ연합뉴스


  • ◆ D램 안정화, '낸드플래시' 확대 등 사업 전망 밝아 

    SK하이닉스의 미래전망은 더욱 밝다. 반도체 치킨게임서 승자가 된 SK하이닉스가 계속해서 D램 시장의 호황을 누린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으로 나뉜 3강체제다.

    이 중에서도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 시장이나 태블릿PC등에 공급하는 모바일용 D램 시장대응을 서두른 덕에 상당한 공급처를 확보한 상태다. 중국이나 미국 등 글로벌 공급망도 탄탄하다. 향후 전자업계의 성장과 더불어 SK하이닉스의 파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품에 대한 가능성도 높이 평가된다. 20나노급 8기가비트(Gb) LPDDR3 D램과 6기가비트(Gb) LPDDR3 제품을 세계 최초로 연속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20나노급 8기가비트(Gb) LPDDR4도 개발했다. 

    업계 최초로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을 적용한 HBM(High Bandwidth Memor., 초고속 메모리)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만들어낸 결실인 셈이다. 

    최 회장이 스킨십 경영과 기술경영을 펼치며 공들인 SK하이닉스가 그룹을 이끌 핵심 계열사로 성장한다는데 업계의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