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캐피탈 인수전… 日 J트러스트·아프로서비스 2파전계속되는 日 자본 침투… "금융생태계 파괴될라" 우려
  • ▲ 일본계 금융자본이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탈 회사 인수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일본계 금융자본이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탈 회사 인수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계 금융자본들이 한국 제도권 금융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일본계 대부업체 아프로서비스그룹과 J트러스트는 아주산업 계열 캐피탈 회사 아주캐피탈 인수를 위해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러시앤캐시' 등의 대부업 브랜드를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업체다. J트러스트는 친애저축은행의 모회사로, 최근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계열사인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인수가 임박한 상태다.

이들 일본계 금융자본들은 저축은행 및 캐피탈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대부업 이미지를 벗고 제도권 금융으로 진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런 현상과 관련, 노조 등을 중심으로 "금융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아주캐피탈 매각, 사실상 일본계 자본 2파전으로

아주산업은 자회사 아주캐피탈 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중 인수 희망업체들이 제시한 매입 가격과 적격성 등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은 사실상 아프로서비스그룹과 J트러스트의 2차전 양상으로 진행된다. 아주산업은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개별 협상이 연장되자 발표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주캐피탈의 새 주인이 누가 되든, 큰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캐피탈이 오랜 기간 자동차 부문 금융,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등 다방면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켰기 때문이라는 것.

◇ 제도권 진출 노리는 日 금융자본

일본계 금융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인수 역사는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든 J트러스트는 2011년부터 지난 3월까지 네오라인크레디트, KJI대부, 하이캐피탈대부 등 국내 대부업체 3곳을 사들이며 단숨에 국내 대부업계 자산 4위로 뛰어올랐다. 

2012년에는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저축은행 시장에 진출했고 2013년에는 솔로몬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에서 각각 3137억 원, 1940억 원의 정상채권을 매입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갔다.  

이 회사는 최근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인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식 취득 승인을 받으면 인수 절차는 올해 안에 완료된다.

일본 오릭스그룹도 지난 2011년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해 OSB저축은행을 탄생시켰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스마일저축은행까지 품에 안았다. 

지난해부터 1조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실시하고 있는 SBI저축은행도 일본계 자본인 SBI금융그룹이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생긴 회사다.

◇ '금융생태계 파괴'… 높아지는 우려의 목소리

아주캐피탈 노조는 유력한 두 후보인 아프로서비스그룹과 J트러스트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아주캐피탈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높은 금리와 무분별한 대출로 수많은 국민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일본계 대부업체에게 아주캐피탈을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업계 2위의 캐피탈사를 매각한다면 서민금융생태계는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노조가 시행한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77.8%가 이들 일본계 두 회사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본계 대부업체에 매각해서는 안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직원은 물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함께 매각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전문가들도 금융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사실상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대부업체가 제도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본계 업체의 진출이 늘어날 경우, 자칫 일본계 금융사만 키워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기에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부실화된 저축은행을 살려두기 위해 일본 자본에 넘기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 당국이 어떤 의도로 이런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은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