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낙하산 논란', 내부인사 '부족한 무게감' 문제
  • ▲ KB금융을 이끌어나갈 회장 선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NewDaily DB
    ▲ KB금융을 이끌어나갈 회장 선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NewDaily DB

    KB금융을 새로 이끌어나갈 회장 선출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1차 후보군이 8명으로 압축됐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인물이 후보군에서 제외되고,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이 포함되는 등 ‘반전 스토리’가 계속되면서, KB금융 내외의 관심은 각 후보들의 강점과 약점에 쏠리고 있다.

후보군은 크게 외부 인사와 내부 인사로 나뉜다. 외부 인사는 안정적인 경영능력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KB 내부 사정에 약하다는 점,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내부 인사의 경우 낙하산 논란에선 벗어날 수 있지만, 외부 인사에 비해 무게감이 약하다는 점,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 받은 전력 등이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된다.

◇ 8명으로 압축된 후보군, 유력 후보는…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KB금융지주 본사에서 지난 2일 오후 제3차 회의를 열고 1차 회장후보 8명을 확정했다. 회추위가 이 날 발표한 후보는 9명이었지만,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후보발표 후 스스로 물러났다.

이로써 6일 현재 KB금융 신임 회장 1차 후보군에 포함된 인물은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및 은행장 직무대행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비공개 후보 1명이다. 회추위는 비공개 후보 1명에 대해, 후보 본의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해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다고 설명했지만 KB금융 안팎에서는 하영구 씨티은행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외부인사 '낙하산', 내부인사 '무게감' 문제

외부인사들 중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당초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실제 1차 후보군에 조 전 행장과 이 이사장의 이름이 빠지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현 정권과의 친밀도가 가장 높은 인물로 분류된다. 실제로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금융인 모임을 이끌었다. 이 점은 그에게 강점과 동시에 약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과의 친밀도 때문에 금융당국이 그가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금융당국이 KB금융을 흔들어놓을 가능성은 낮지만, "또 낙하산이냐"는 내부의 반발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은 회계·경영 부문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지만 금융권 경험이 전무해 금융사 수장으로의 능력이 검정되지 않은 것이 약점이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외국계 은행을 10여년 가까운 장기간동안 이끌어 온 경험이 강점이지만,  씨티은행과 다른 국민은행의 영업환경, 그동안 보여온 노조와의 불협화음 등이 약점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는데, 외국계 은행은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 등 대규모 고객을 위주로 영업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 행장의 영업방식이 국민은행에 맞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하 행장의 경우, 씨티은행 노조와의 불협화음도 약점”이라며 “외부 출신 경영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은행 노조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 내부 인사들 중에서는 김옥찬 전 부행장과 윤종규 전 부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옥찬 전 부행장은 국민은행에 평사원으로 입사 후, 지점장·본부장·부행장·은행장 대행 등을  모두 거친 ‘토종 KB맨’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단, 외부 인사와 맞대결하기에는 무게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낙하산 잔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세워놓은 들러리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위원장은 “김 전 부행장은 토종 KB맨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그는 다른 후보들을 띄워주기 위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종규 전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거쳐 국민은행 부행장,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4년,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물러난 경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 내부인 듯 내부 아닌, 외부같은 인사들

황영기 전 회장의 재도전도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난 바 있다. KB금융 회장에 취임하기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 활동했었는데, 그 당시 1조원대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냈다는 이유였다. 그 후 황 전 회장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토종 KB맨은 아니지만, KB금융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한 바 있는 인사들도 있다.

김기홍 전 부행장은 금감원 부원장, 금융학회 이사를 거쳐 국민은행 사외이사와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지주 설립기획단 단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런 만큼 KB지주의 체계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동현 전 부사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이 시선을 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 굵직한 금융권 인사들이 금융연구원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료 출신’이란 점이 이들에게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각각 관료와 금융연구원 출신이었던 만큼, “또 관피아 인사를 앉히려고 한다”는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4차 회의를 열어 2차 후보군을 4명으로 다시 한 번 압축한 후, 10월 말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