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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최종현 선경그룹 회장(현 SK그룹)이 누누이 강조해오던 '석유개발사업'이 최태원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그 진가를 발휘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3분기에 매출액 16조6084억, 영업이익 488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석유개발사업'의 부문에서 뚜렷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503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83년 스타트를 끊으면서 최태원 회장이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등 그룹에서 힘을 쏟고 있는 주축 사업이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는 고도화시설 등 정유설비투자에 눈을 돌리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에 주력해왔다.
지난 6월만 해도 110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가 현재 8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정제 마진조차 얻기 힘든 현황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들은 BEP(손익분기점)조차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정유사들은 주요 수요국가인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요가 급감하고, 중국이 정제시설 가동률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수급 균형은 무너지게 됐고 결국 마진 악화로 이어졌다. 이처럼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정유사들은 실적을 만회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
그러나 SK는 석유사업부문의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석유개발사업'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미국 생산광구 인수에 따른 매출 물량 증가와 베트남 15-1 광구의 원유생산능력에 힘입어 '석유개발사업'이 빛을 보게 된 것.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생산광구 인수에 따른 매출 물량 증가로 매출액 2401억 원, 영업이익 1214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지난 2분기 석유개발사업부문 매출액 2289억, 영업이익 1127억)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률은 50.6%를 기록하고 있다.
SK의 석유개발사업은 당시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이었던 고(故) 최종현 회장의 ‘선견지명’이 시작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생전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인 만큼 해외 자원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며 "석유개발사업을 위해 10~20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종현 선대회장은 성공율이 10%에 불과한 석유개발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했다. 최 회장은 실패하더라도 질책보단 '격려'를 앞세우는 등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지속적인 노력에 발맞춰 SK는 1996년 남미 페루 8광구에서의 원유생산, 2003년 베트남 15-1광구의 상업 생산 성공 등으로 석유개발사업의 성공적인 포문을 열었다. 그 뒤를 이어 SK이노베이션 3대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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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2007년 베트남 15-1/05 3개 광구를 포함해 모두 6개 광구의 석유개발에 참여했다.
SK는 지난 4월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사와 케이에이 헨리사가 보유한 미국 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또한 지난달 베트남 15-1 광구에서 추가유전 개발에 성공해 4분기부터는 하루 평균 3600배럴의 원유를 더 생산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석유개발사업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익성을 판단해 기회가 있으면 계속해서 석유개발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는 2020년까지 지분 원유 보유량을 10억 배럴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억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1년 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약 7만1000 배럴로 4분기부터는 베트남 15-1 광구에서 추가 개발한 평균 3600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하게 된다. 10월 현재 전 세계 15개국 22개 광구, 4개 LNG 프로젝트에서 석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개발부문 실적 호조는 고(故)최종현 SK그룹 회장의 굳센 의지와 최태원 회장의 결단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