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절제·균형 조화…노면소음·풍절음 차단 정숙성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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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균의 시승기]여느 대형 럭셔리 세단이 그렇듯 전통적인 후륜구동 방식이었지만 2014년 11월부터 선택의 가짓수가 하나 더 늘어났다. 기아차 오피러스 이후 명맥이 끊겼던 전륜 굴림 방식의 현대차 아슬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플래그쉽(Flag Ship) 면모의 아슬란은 올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선 보인 후 현대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깊숙이 심어 놓겠다는 의지로 뭉쳐있다. 
     
    터키어로 '사자(獅子)'를 뜻하는 '아슬란'이란 차명은 초원의 꼭대기에서 먹이감을 조용히, 하지만 맹렬히 덮치겠다는 개발 콘셉트로 꽤나 인상적이다. 미국 중국 등 최대 시장에 최고급 아슬란을 수출하겠다는 현대차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럭셔리카에 대한 현대차의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은 상당부분 절실히 다가온다.
     
    고급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진입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출시 초기인 아슬란의 성공여부는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부터가 부담이다. 독일차나 일본차를 넘어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고급차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관문 때문이다.

    이미 위급인 제네시스가 큰 인기를 끌며 수입차 자리를 잠식하는 상황은 현대차의 고급차에 대한 인식까지 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슬란의 마케팅에서부터 승차감과 정숙성은 제네시스를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이다.  
     
    ◇ 말쑥한 디자인은 매력=아슬란의 외관은 절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말쑥한 스타일은 그래서 고급스럽다. 밝은 화이트칼라가 돋보이는 시승차는 마치 세련된 슈트를 잘 차려입은 신사처럼 반듯해 보인다. 제네시스와 그랜저 중간 포지션의 아슬란 디자인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 곡선미가 차별화된 강점이다.

    낮게 드리운 사이드 몰딩은 벨트라인을 좀 더 높아보이게 함으로서 긴 차체가 주는 안정감을 돋보이게 한다.
     
    인테리어 역시 제네시스에서처럼 중앙에 모인 조작버튼은 편의성이 높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및 도어로 연결되는 디자인은 너무 보수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질감이 부드럽고 푹신한 가죽시트는 박음질 무늬(퀼팅패턴)를 적용해 프리미엄 자부심과 함께 감성까지 만족시켰다. 
     
    실내 공간역시 여유롭다. 뒷좌석의 안락함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2,845mm로 운전자는 물론 후석 탑승객에게 보다 넓고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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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숙성과 안정성 돋보여=아슬란이 가장 자랑하는 실내 정숙성은 엔진음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랜저나 제네시스보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조용하다.

    시승구간은 경기 파주에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약 90km거리의 고속국도. 직선과 곡선이 조화로워 아슬란의 주행 성능 테스트엔 적합했다. 시승차량은 3.3 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주행성능을 확보했다. 공인 연비는 9.5㎞/ℓ.
     
    도로위에 차를 올리면 전륜의 특성상 스타트가 약간 묵직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수입 후륜 구동 모델과 큰 차이점은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노면의 작은 충격마저 걸러내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부드럽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마치 매끄러운 유리판 위를 달리는 듯 부드럽고, 굴곡 있는 도로나 방지턱 등을 지날 때의 여유로움도 적당한 속도 내에서 한껏 호사스러움을 누리기에 충분하다. 

    제네시스 시승때도 느꼈지만 아슬란 역시 운전자 만족도와 함께 동승자까지 승차감을 유지했다. 운전자가 느끼는 오감에 비해 동승자는 청각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승차감을 감지하기 때문인데 그 점에서 아슬란의 승차감은 동승자까지 배려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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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에서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은 분주하게 이뤄진다. 스타트 후 시속 50km 정도에서 4~5단 변속이 이루어지고, 시속 100km 정속 주행 땐 엔진회전수는 1600~1800rpm에 그친다. 가속페달을 갑자기 깊게만 밟지 않는다면 변속충격은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고 신속해서 편안한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3.3 엔진이기 때문에 저속에서도 출력 부족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엔진 제원상 만큼의 경쾌함은 느끼기 어렵다. 이런 느낌은 그랜저보다 무거운 1690kg에 달하는 차체중량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속도를 약간 높임과 동시에 전자식 서스펜션의 강도를 스포츠 셋팅으로 변환 시켰다. 엔진 회전수에 맞춰 이내 수줍은 듯 살짝 6기통 특유의 엔진음이 들리고, 변속기도 긴장을 하며 주인의 요구에 달려나갈 자세를 갖춘다.
     
    스포츠 모드의 고속주행에서 보여주는 안정감은 뛰어났다. 강성을 크게 높인 차체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는 무게중심으로 인해 고속주행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을 잘 차단하고 있어 현대차가 강조하는 정숙성은 탁월하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이 노면을 장악하는 감각은 2세대 제네시스에서 학습된 주행감각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깊은 코너에서의 전륜 특유의 테크닉을 주문해 봤다. 코너 공략시 더 과감하게 진입을 해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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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시장 창출 특명, 시장 경쟁력은=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아슬란은 독일 디젤차에 피로감을 느낀 운전자를 겨냥한 차"라고 소개하면서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독일차와 경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틈새에 대한 정확한 포지셔닝은 애매한 부분이다. 고객이 40~50대 기업 상무급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고객이 주요 타깃인 점은 그 모호함을 채워준다. 초기 구입 고객 중 36.8%가 법인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성능면에서는 프리미엄 세단이지만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요구한다면 부담이 없다.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을 함께 지향하는 아슬란에겐 강점이다. 시승기간 동안 안정감과 안락한 느낌을 제공하는 후륜구동만큼 승차감이 고급스러운 아슬란은 전륜의 단점을 온전히 극복한 모습이다. 세계 유수의 고급 브랜드 들이 승용세단에 후륜구동을 고집하고 있는 중에도 현대차가 단종된 전륜 굴림식을 고집했던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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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란에는 현대차의 첨단 기술력도 집약돼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기본 적용돼 운전자가 전방에 시선을 떼지 않고도 운행시 필요한 주요 정보(차량 속도, 길 안내 표시 등)를 앞 유리에 투영된 이미지를 통해 인지할 수 있다. 그밖에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방향‘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을 적용해 주행시 충돌사고 예방성을 크게 높였다.
     
    약간 증가한 차체 무게와 함께 구동저항으로 인해 연비 효율이 아쉽긴 했지만 아슬란은 그 이상의 혜택을 운전자에게 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어쨌든 프리미엄 세단을 고려하는 고객에게는 기분 좋은 고민거리가 늘어날 것 같다. 

    판매가격은 람다Ⅱ V6 3.0 GDi 모델이 △G300 모던 3990만원, 3.3 모델은 △G330 프리미엄 4190만원 △G330 익스클루시브 45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