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1만명의 관객을 모은 최고의 흥행작 '명량'의 성공 뒤에는 CJ의 '상영관 몰아주기'가 있었다. 개봉 첫날 1100여개 상영관에서 시작한 명량은 개봉 5일만에 상영관이 전국 1586개 관으로 증가했다. 영화 매출은 역대 최대인 1357억원. 투자배급사인 CJE&M은 멀티플렉스인 CJ CGV를 이용해 556억원의 분배수익을 거뒀다.


    #명량과 같은 시기에 개봉돼 고전하던 '해적'은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 덕분에 롯데시네마를 장기 점령하며 8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작품성을 떠나 스크린 독과점이 만들어 낸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이같은 CJ 및 롯데 계열사들의 '개봉관 몰아주기'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22일 계열배급사나 자기회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서만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몰아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대해 각각 과징금 32억원과 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

     

    또 CGV와 롯데시네마가 배급사와 협의없이 할인권을 발행한 행위와 CJ E&M이 제작사와 투자계약시 금융비용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CGV와 롯데시네마가 동의의결 신청 당시 제출한 개선방안을 이행하겠다고 밝혀와 문화부 등과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두 회사는 공정위의 제재 대신 5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안을 이행하겠다며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결국 공정위는 대기업 영화사들의 독점횡포를 처음으로 제재하는 명분을, 두 회사는 제재수위를 낮추는 결과를 얻게 됐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극장 수 ·상영 기간 늘리고 할인권 남발

    CGV와 롯데시네마는 계열사 또는 자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일단 '묻지마' 식으로 극장을 몰아줬다. CGV는 'R2B리턴투베이스'(CJ E&M 배급, 2012. 8월 개봉), 롯데시네마는 '돈의 맛'(롯데엔터 배급, 2012. 5월) 등에 유사작품에 비해 최대 3배나 많은 개봉관을 배정했다.

     

    통상 관객순위가 저조하면 종영되거나 스크린 수가 주는 대신 두 영화는 오히려 연장 상영이나 큰 상영관으로 옮겨 관객몰이에 나섰다. CJ가 배급한 영화 '광해'는 이런 식으로 최대 4개월 가량 연장됐고 롯데엔터가 배급한 '음치클리닉'은 흥행순위 7위였지만 상위권 영화들을 모두 제치고 540석 크기의 멀티플렉스 1관을 차지했다.

     

    두 회사는 또 배급사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할인쿠폰이나 1+1행사 등의 자체할인 이벤트를 벌였다. 할인마케팅이 실시되면 입장객이 증가해 상영관은 매점수익 등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입장권 수익을 상영관과 나눠야 하는 배급사의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CJ E&M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제작사와 모든 투자계약에서 자사가 투자한 금액에 대한 7% 상당 금액을 투자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투자지분에 따른 투자수익은 수익대로 얻고 투자에 대한 위험은 제작사에 전가시킨 갑질이었다. 논란이 일자 CJ E&M은 사건심사 중인 지난 9월 금융비용 조항을 삭제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영화시장은 CJ와 롯데 천국

    국내 영화 시장에서 CJ와 롯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극장의 83.5%가 멀티플렉스 극장인데 이중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한다. 국내 관객의 98.4%는 멀티플렉스에 영화를 본다.

     

    CJ와 롯데는 각각 CJ CGV와 롯데쇼핑(롯데시네마 사업본부)을 통해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CJ E&M 및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 배급을 한다. 상영관 몰아주기 외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두 회사는 광고에서도 횡포를 일삼아 왔다. 국회 정무위 신학용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스크린 광고 현황' 에 따르면 CGV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광고 1편당 평균 3억6500만원을 받고 상영했다.

     

    그러나 같은 그룹인 CJ 계열사의 광고는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인 1편당 평균 1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롯데시네마도 자사 계열사의 광고 1편당 금액이 5200만원이었지만 삼성 계열사의 광고는 1편당 6900만원이었고, LG계열사의 광고는 1억200만원에 달했다.

     

  • ▲ ⓒ뉴데일리 DB

     

    ◇ 점유율 제한-객석율 등 공개키로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번 공정위 조치와 별도로 동의의결 신청시 제출한 자체 개선방안을 자발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골자는 경쟁제한과 상영특혜 등을 없애 상영관과 배급사간의 거래질서를 되잡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특정영화(메이저배급사의 대작) 스크린점유율 제한 △다양성영화 전용관 확대, 개봉 비중 50% △중소배급사와의 '상설협의체' 구성, △스크린편성 내역과 객석율 공개 등이다.

     

    공정위는 문화콘텐츠 산업에 널리 퍼진 기형적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두 회사의 자체시정안에 대해 문화부와 협의해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벌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