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사업 '정밀화학' 분야 투자 확대... "미래 먹거리 확보 총력"현대오일뱅크, '카본블랙' 사업 출사표... 추가 매출 3000억 기대GS칼텍스, LFT 소재, 바이오 바이오부탄올 추진SK, 아크릴산, 아크릴에스테르 사업 박차에쓰-오일, 프로필렌 다운스트림 강화로 연간 2조원대 영업이익 실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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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수요 부진과 장기간의 경기 침체, 국제유가의 급락 등으로 국내 정유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올 2015년에 정유사들은 '응형무궁(應形無窮. 쉼 없이 변하는 상황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의 자세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5년부터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제조용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에 할당관세율이 적용되면서 정유 및 LPG 업계는 또다시 비상 사태에 즉면했다.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의 실적은 암담하기 그지 없었다.

    국내 정유업계 최대규모의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에 
    4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본업인 정유사업에서는 226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어깨를 피기 힘들었다. 또한 3분기 이후 시작된 유가급락으로 그동안 효자 역할을 해왔던 석유개발사업이 휘첮거렸고, 약 3000억원대의 재고손실(원유 비축의무량)까지 더 안는 등 첩첩산중이다. 

    유일하게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보였던 현대오일뱅크도 3분기 영업이익이 391억원에 그치며 뚜렷한 실적을 자랑하지는 못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은 각각 3분기에 
    1646억원, 1867억원의 정유부문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암담한 시련의 계절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GS칼텍스가 연간 50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각각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원유정제과정 부산물까지 사업화 나서

  • ▲ 카본블랙 생산 과정 ⓒ현대오일뱅크
    ▲ 카본블랙 생산 과정 ⓒ현대오일뱅크

    가장 최근 투자를 결정한 현대오일뱅크의 전략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는 전략이다. FCC(열분해시설) 부산물을 활용한 '카본블랙' 사업 진출이다.

    이번 투자로 현대오일뱅크는 원유정제과정에서 병산되는 마지막 부산물까지 사업화에 나서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매출은 
    물론, 원유정제사업의 다운스트림 분야인 석유화학산업의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카본블랙 사업 진출은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기존 정유사업을 뛰어 넘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중장기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근 독일 카본블랙 업체와 합작법인 설립 및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카본블랙'은 석탄에서 나오는 콜타르와 원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슬러리오일 등을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 탄소 분말이다. 주로 타이어, 고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나 프린터 잉크의 원료로 쓰인다.

대산공장 내 8만6000
(2만6000평)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카본블랙 합작 공장은 연간 16만t의 카본블랙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17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합작을 통해 올해 계획했던 신사업의 기틀을 모두 마무리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카본블랙과 같이 수익성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을 끊임없이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글로벌 쉘, 코스모석유, 롯데케미칼 등 국내외 기업들과의 활발한 합작을 통해 BTX, 윤활기유, 혼합자일렌 제조와 같은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탄소섬유를 제조하는 등 신규 사업을 꾀하는 정유사는 현대오일뱅크 뿐만이 아니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사업 및 LFT 소재 생산사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GS칼텍스는 피치(Pitch)계 탄소섬유를 만들고 있다. 피치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나 콜타르를 증류해 남은 물질을 말한다.

피치계 탄소섬유는 레이온계나 팬(PAN)계보다 탄성과 열전도성이 뛰어나며 가격경쟁력 또한 앞서나가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를 활용해 금속으로 된 자동차 차체나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탄소섬유를 만들고 있다.

최근 GS칼텍스가 개발한 탄소섬유인 LFT(Long Fiber Reinforced Thermoplastic, 장섬유 강화 열가소성수지) 소재는 지난 8월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올 뉴 쏘렌토'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적용됐다. 또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긍정적으로 GS칼텍스의 LFT소재를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탄소섬유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시장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계속해서 기술력을 높이고 소재 보급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섬유 이외에도 GS칼텍스가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바이오 부탄올'이다. 바이오 부탄올은 바이오 디젤, 바이오 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로 불리며 에너지 밀도가 높고 엔진 개조 없이도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7년간의 연구로 바이오 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전처리 기술, 미생물 균주개발, 발효, 분리정제 등에 이르는 통합공정 기술을 개발한 GS칼텍스는 오는 2016년 초 바이오 부탄올을 생산하는 시험·시범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바이오 부탄올 상업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 ▲ ⓒGS칼텍스
    ▲ ⓒGS칼텍스


    정유사, 원유정제사업 이외 '정밀화학' 新사업 진출…"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 기대"

    SK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사업환경 개선을 위해 석유화학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크릴산 및 아크릴에스
    테르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SAP(Super Absorbent Polymer·고흡습성수지)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종합화학은 2016년까지 울산에 연산 16만t 규모의 아크릴산 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을 추진중이다. 아크릴산 및 아크릴에스테르는 프로필렌을 고부가화한 제품으로 페인트 및 접착제, 첨가제 등 정밀화학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로써 SK종합화학은 정밀화학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미쓰비시케미칼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아크릴산 및 아크릴에스테르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전담하는 PI(Portfolio Innovation)실을 신설하기도 
  • 하는 등 신성장 사업 발굴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PI실은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안정 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운영 본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에쓰-오일은 PO(Propylene Oxide·산화프로필렌) 생산을 위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히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사업다각화 포트폴리오를 구상중이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단에 2016년까지 PO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기본설계작업을 진행중이다. 

    PO는 연질 및 경질 폴리우레탄(Polyurethane, PU) 원료로 사용된다. PU는 건축용 단열재, 자동차 내장재, 전자·
    전기용 소재, 가구용 완충재, 스판덱스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소재로 쓰인다.

    이로써 에쓰-오일이 PO사업에 진출하면 현재 국내 유일의 PO 생산기업인 SKC와의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또한 에쓰-오일은 지난 1일 
    정유, 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분야의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생산 능력을 증대하기 위해 설비 효율화 작업에 200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경유탈황시설인 MHC (Mild Hydrocracker) 공정에서 기존보다 중질의 고유황 경유를 처리해 초저유황 경유를 생산하면서 처리량을 약 10% 늘리는 시설 개조를 시행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우리는 벙커-C 등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은 줄어드는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초저유황 경유는 약 10% 증가한다"며 "또 파라자일렌은 5%, 벤젠은 8%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돼 연간 1000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2조원대의 역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글로벌 최고 수익을 자랑하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