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콘셉트 오보에 앨범 '아모르' 발매...오보에 매력 전파"재즈·힙합·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 접목한 오보에 음악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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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정재훈 기자
    ▲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정재훈 기자

     

    "넬라 판타지아의 신비로운 멜로디 부분을 연주한 악기가 바로 오보에랍니다. 오보에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소리를 내기로 유명하죠.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와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통해 오버에만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최근 크로스오버 오보에 연주 앨범 'Amor(아모르)'를 발매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제시카 리)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악기 이름 만큼이나 생소한 팝 오보이스트를 만나자마자 무례(?)하게도 도대체 '오보에'는 어떤 악기냐는 질문을 대뜸 던졌다.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환하게 웃어보이며 이세림은 "오보에라는 악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오보에가 뭐야?'라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유명해진 '넬라 판타자아'라는 곡 아시죠? 그 노래의 멜로디 부분을 연주한 악기가 바로 오보에랍니다. 오보에는 '겹 리드' 악기로 나무와 나무가 붙어서 만들어 내는 소리가 아름답죠. 오보에는 사람 목소리와 가장 흡사해서 포근하고 안정적 소리를 내요. 화려한 기교보다는 선율이 중시되는 악기이기 때문에 오묘한 매력이 있죠."

  • ▲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정재훈 기자

     


    특수 악기로 분류되는 오보에를 선택한 것은 첼로를 전공한 친언니의 영향이 컸다. '오보에 소리가 아름다운데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언니의 제안에 이세림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오보에를 시작했다.

    오보에로 대학에도 진학했지만 오보이스트로서 무대에 설 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소 생소한 악기이다 보니 공연 기회가 생겨도 '오보에가 뭔데? 오보에는 안돼'라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세림은 꿋꿋하게 연주 기회를 개척하며 다년간 내공을 쌓았다.

    "20대 초반에 한 레스토랑에서 클래식 연주 아르바이트를 5년 간 했어요.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바순 등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과 협연하며 그때 무대 경험과 호흡을 배웠죠.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워낙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무대에 자주 서다보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도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던 연주자들과 함께 퍼포먼스 팀을 꾸려 크로스오버 앙상블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하나 둘 음악을 그만 두고 다른 직업으로 전향했다고 한다. 

    "함께 오보에를 공부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다른 길을 찾아 떠났어요. 오보에라는 악기가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설 수 있는 무대나 기회가 정말 많지 않거든요. 그런 환경을 알다보니 주변 사람들도 제게 '오보에 그만두고 회사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고요. 하지만 전 오보에를 놓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팝 오보이스트나 재즈 오보이스트로 성공해 오보에의 매력을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낸 앨범도 어떻게보면 팝 오보이스트인 저를 알린다기 보다 '오보에'라는 악기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고요."

  • ▲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정재훈 기자

     


    그 때문인지 이세림의 첫 앨범 '아모르'에는 생소한 오보에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한 곡 한 곡 본인이 직접 고른것은 물론 녹음할때도 최상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수 백 번씩 부르고 또 불렀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태교음악을 콘셉트로 잡고 오보에만의 신비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넬라 판타지아', '섬집아기',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푸치니 오페라 '잔니스키키’ 中),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을 수록했어요. 또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재즈를 접목한 'Oblivion(망각)'도 넣었고요. 이 앨범을 통해 대중들이 누구나 친근하게 오보에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정재훈 기자

     


    마지막으로 이세림은 현재 개인적으로 큰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바로 재즈와 팝을 접목한 오보에 음악을 국내에 전파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오보에, 플루트, 트럼펫 등 클래식 악기를 처음부터 실용음악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요. 유튜브 같은 해외 사이트를 보다보면 힙합, 재즈, 소울, 하우스,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오보에와 접목시켜 상상도 못 할 만큼 신선한 음악을 하는 연주자들도 많고요.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그런 시도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음악을 가르치는 곳도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국내에서도 이러한 오보에 음악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통통 튀는 매력과 밝은 성격을 가진 이세림의 당찬 포부에는 오보에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었다. 국내 1호 팝 오보이스트로서 그가 펼쳐나갈 음악 세계가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이세림은 솔로 앨범 활동에 이어 이달 초에는 속해있는 클래식 일렉퍼포먼스 그룹 '다이렉트'의 신규 앨범도 발매를 앞두고 있다. '다이렉트' 앨범에는 클래식을 크로스오버로 재해석한 신나는 분위기의 곡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세림은 솔로 활동과 그룹 활동을 병행하며 올해가 가기 전에 개인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