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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서 종신보험은 저축목적으로 부적합하다며 소비자에게 가입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정작 중요한 보험사 판매에 대한 주의 및 경고는 없어 반쪽에도 못 미치는 안내라는 목소리가 크다.
보험사에서 종신보험을 저축성상품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아무리 소비자에게 주의를 당부해도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계속되는 저금리에 보험설계사들은 '은행예금보다 이율이 높은 상품', '여유 돈 있는 사람들만 들 수 있는 절판예정 상품'이라며 마치 저축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일이 허다하다.
P생명 김유식(가명 48) 보험설계사는 "3.7% 확정이율의 상품이 나와서 소개한다. 요즘 저금리 시대에 회사에서 역마진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라 곧 절판될 예정이다. 지인들 중 여유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권하고 있다"며 보험상품을 권유했다.
상품이름을 물어보자 그제서야 '종신보험'이라고 밝히며 김유식 보험설계사는 "종신보험이지만 저축에 초점이 맞춰진 상품이다"고 강변했다. 또한 계약 전까지 확정이율은 보험료가 아닌 보험료 중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나머지 저축보험료에 한정돼 적용된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편법 영업이 판치는 가운데, 3.7%라는 높은 이율에 현혹된 소비자들은 계약을 결정하고 난 뒤 스치듯 설명하는 '3.7% 이율은 저축보험료에 적용된다'라는 말을 기억하기 힘들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 이전에 보험사와 보험사설계사들에게 종신보험 가입유치시 유의사항을 분명히 전달토록 해야 불완전판매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보험사 및 보험설계사에게 ▲종신보험 판매시 종신보험은 저축목적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하지 말 것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 상품 ▲종신보험 연금전환시 일반연금보험에 비해 적립액이 적음 ▲특약은 죽을때까지 보장되는 것이 아님 등을 알리도록 지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각 부서는 소관업무 담당이 아니라며 미루기 바빴다.금감원 금융민원실 담당자는 "보험사에서 모니터링콜을 통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종신보험 판매시 주의사항에 대해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검사국 관할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 담당자는 "보험사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안전판매를 지도한 바 있다. 우리는 종신보험 가입시 주의사항 등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안내하는 부서가 아니다. 보험감독국에 연락을 해봐라"고 미뤘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담당자는 "은행보다 수익이 높이고 이율이 높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법 위반이다. 보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종신보험 가입시 유의사항과 관련해 해당부서에서 유의사항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에 종신보험 가입자 유치시 유의사항에 대해 통보했는 지를 묻기 위해 다시 연락한 금감원 금융민원실 실무자는 "해당 내용은 보험사 약관과 상품설명서에 다 나와 있는 이야기이다. 가입자들이 형식적으로 서명하지 말라고 한 차원에서 낸 보도자료다. 유의사항과 관련해 보험사에 따로 통보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금감원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보험사에서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만 주의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보도자료를 어느부서에서 만들었던, 금감원 이름으로 나온 자료이니 만큼 소비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세헌 국장은 "보험사가 종신보험을 저축상품인 것처럼 판다면 피해자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은 도둑이 판치는데 도둑 잡을 생각은 안하고 '문단속 잘해라'라고 말한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