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현대차 8-SK·LG 2-롯데 4-GS 18개사 등 84개 회사 대상
  • ▲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시작됐다ⓒ뉴데일리 DB
    ▲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시작됐다ⓒ뉴데일리 DB

     

    대기업들이 늘 지탄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부 '일감몰아주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규모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37개 그룹의 일감몰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2012년 전체 대그룹 계열 1171개사 중 10%인 117개사는 161조6000억원의 내부거래를 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105개사가 158조4000억원을 자기식구들에게 몰아줬다. 대략 13% 안팎의 매출을 '땅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거저 올린 셈이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2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관한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준비 요구로 1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 유예기간이 13일로 타임아웃됐다.

     

  • ▲ 일감규제 대상회사는 대그룹 계열 84개가 될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일감규제 대상회사는 대그룹 계열 84개가 될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1년 유예 '타임아웃'...14일부터 84개사 '일감몰기' 규제 시작


    대기업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마침내 14일부터 시행된다.앞으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 총수 일가가 상장계열사 지분을 30%(비상장사 20%) 넘게 보유하면서 매출액의 12% 이상, 내부거래금액 200억원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경우는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된다.

     

    처벌은 3년 이하 징역형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꽤 높다. 공정위는 일찌감치 일감몰기로 적발되면 법인은 물론 총수까지 고발을 감수하라고 엄포를 놨다.

     

    이렇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은 모두 84개사. 상위 20대 그룹은 44개사다. 2012년 117개, 2013년 105개, 2014년 87개로 계속 줄었다. 기업들이 최근 2~3년간 법 시행에 대비해 꾸준히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그룹들은 대부분 일감몰아주기 자체를 줄이기보다 계열사 간 합병이나 사업조정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거나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규제를 피했다.

     

  • ▲ 삼성은 대상회사가 제일모직 한 곳에 불과해 역시 삼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뉴데일리 DB
    ▲ 삼성은 대상회사가 제일모직 한 곳에 불과해 역시 삼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뉴데일리 DB


    ◇ 역시 삼성...규제 대상 제일모직 1개사

     

    재계 1위 삼성은 대상 기업이 제일모직 단 한 곳으로 '역시 삼성'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사업영역이 겹치는 회사들을 합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는 삼성 간판을 떼는 대규모 사업재편으로 사슬을 끊었다.

     

    삼성석유화학은 사업영역이 겹치던 삼성종합화학과의 합병을 통해 규제대상에서 빠졌고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었던 가치네트는 청산했다. 앞서 대주주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율이 45% 이상이던 삼성SNS와 삼성SDS도 합병했다.

     

    제일모직 마저도 옛 삼성에버랜드 시절인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합병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내 급식업체 웰스토리는 분사하면서 내부거래를 줄이는 전략을 택해 규제망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삼성은 일감규제 대상 기업이 단 한 곳도 없게 된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수익성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을 통해 규제 범위를 일정부분 벗어난 것은 물론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 ▲ 대그룹들의 내부거래 금액은 160조에 달한다ⓒ뉴데일리 DB
    ▲ 대그룹들의 내부거래 금액은 160조에 달한다ⓒ뉴데일리 DB


    ◇ 현대차 8곳...막판 글로비스 블록딜 성사, 현대오토에버도 빠질 듯


    지난 6일 현대글로비스의 블록딜 매각을 막판에 성사시킨 현대자동차그룹은 합병 방식으로 대상 기업을 11곳에서 8곳으로 줄였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 전 정몽구 회장 등 오너일가는 현대엠코의 지분을 35.6% 보유하고 있어 규제대상이었다. 그러나 합병으로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16.4%의 신주를 교부받아 빠져나갔다.

     

    현대위아에 흡수합병 시킨 현대위스코도 같은 방법이었다. 서림개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머티리얼,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등은 아직 대상기업으로 남아있다.

     

    이중 비상장사인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IPO를 통한 상장 가능성 및 계열사 합병 움직임이 감지된다. 총수 일가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율은 29.15%로 현재는 비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인 20%를 웃돈다.

     

    IPO 후 상장사가 될 경우 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인 30%를 밑돌며 단박에 공정위 감시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 SK 3곳...SK-SK C&C 합병 촉각

     

    SK그룹은 지분 매각을 통해 규제 대상이었던 계열사 5곳 중 앤츠개발과 SK텔레시스 등 2곳을 줄였다. 앤츠개발은 2007년 골프장 건립을 위해 설립된 회사로 최신원 SKC회장이 91.9%를 보유했고 있었으나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지난해 3월 지분 전량을 주당 1원에 부동산 개발업체 테라에 넘겼다. 꼼수매각이라는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최 회장은 SK텔레시스도 40.81%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회사에 21.98%를 무상증여해 지분율을 18.83%로 낮췄다. SK그룹의 마지막 승부수는 소문이 무성한 SK-SK C&C 합병에 달려있다.

     

    IB 업계는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동시에 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SK C&C 보유 지분은 43.43%다. SK C&C와 SK가 합병할 경우 최 회장 등의 통합법인 지분율은 25% 안팎으로 규제 대상 30% 아래로 떨어진다.

     

  • ▲ 2013년 내부거래 현황ⓒ자료=공정위
    ▲ 2013년 내부거래 현황ⓒ자료=공정위


    ◇ LG 2-롯데-4-한진 5-GS 18-신세계 1-부영 9곳


    한화그룹과 동부그룹은 청산 및 지분율 감소를 통해 1곳씩 줄여 총 규제 대상 계열사는 한화는 5곳, 동부그룹은 6곳이다. 한진그룹은 유수홀딩스의 당초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16.59%에서 36.11%로 급증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5개로 늘어났다.

     

    두산그룹(회장 박용만)도 이 기간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가 1곳 늘어 4개로 집계됐다. LG그룹 2곳과 롯데그룹 4곳, GS그룹 18곳, 신세계그룹 1곳, CJ그룹 7개, 대림그룹 4곳, 부영그룹 9곳은 변동이 없었다. 한국타이어는 9곳, 미래에셋 3곳, 태광 12곳, OCI 5곳이 포함됐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규제 대상이 되던 현대그린푸드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30.5%에서 29.9%로 아슬아슬하게 낮추며 공정위의 감시 대상이 되는 계열사를 없앴다. 동국제강과 한라는 DK유엔씨(30%)와 한라I&C(33.3%)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모두 처분하며 규제망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