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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임금피크제가 매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희망퇴직보다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하고 맡는 직무가 다양하지 못한 탓에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이 제도를 선택한 직원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만 55세가 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만 55세부터 60세까지 5년 동안 총 250%의 임금을 각각 70․60․40․40․40%로 나눠 받는 구조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특별퇴직을 신청할 경우 3년치 연봉인 300%를 지급, 즉 임금피크제보다 50% 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신청하는 직원이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은 직원의 판단”이라며 “지급받는 금액의 차이가 있어 대부분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희망퇴직보다 적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 외에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맡게 되는 업무가 다양하지 못한 것도 제도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중인 은행들의 경우 대상 직원들이 영업점을 돌아다니며 자전감사를 수행하거나 일시적인 영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등, 기본 업무와 상관 없는 일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맡는 새로운 형태의 직무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 안에서 인력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은행법 특성 상 새로운 사업을 하기 쉽지 않아 직무 개발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민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지금까지 진행됐던 ‘자전검사전담자’ 직무를 없애고 내부통제 업무 전반을 직접 수행하는 ‘내부통제책임자’ 직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방지업무, 법규준수점검업무, 재무보고 내부통제업무 등 기존 직무보다 수행영역을 확대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보직을 넓혔다.
다만 대다수의 은행들은 임금피크제 직무를 현 체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직무 관련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올해 처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수협 역시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상 직원들이 기존 직무에서 물러나 내부통제를 전담하게 될 예정이다.
수협 관계자는 “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지난해까지 만 57세 미만 직원들이 모두 희망퇴직을 신청해 올해는 대상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생길 경우 맡게 되는 직무는 다른 은행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